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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대 트레일 1 - 걸음의 축제 ㅣ 세계 100대 트레일 1
박춘기 지음 / 진봄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제주 올레길의 아름다운 해안선, 산티아고 순례길의 영성 깊은 여정, PCT의 거친 자연과 히말라야의 웅장한 설산.
이 정도가 제가 알고 있던 세계 트레킹의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박춘기 작가의 <세계 100대 트레일 1 걸음의 축제>를 펼치는 순간, 제가 얼마나 좁은 세계에 살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세계 100대 트레일이라니.
이는 곧 세상에는 100개보다 훨씬 더 많은 걸을 만한 길들이 존재한다는 의미니까요.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수많은 트레일들 앞에서 "정말 세상은 넓고 가야할 여행지도 어마어마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이분은 도대체 집에는 언제 들어가시는 걸까?"
정말 많은 곳을 다니신 흔적이 곳곳에 배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궁금증은 곧 해결되었습니다.
작가는 여행사 <미주트레킹> 대표로 전세계를 누비며 여행을 다니시는 전문가셨던 것입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저 여행을 좋아하시는 일반인의 경험담이 아니라, 이 분야의 전문가가 평생에 걸쳐 축적한 노하우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욱 신뢰가 갔고, 더욱 가슴이 설렜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수집해서 나열한 것이 아니라, 직접 발로 걷고 몸으로 경험한 트레일들을 엄선해서 소개해 주시니 더 믿음이 갔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작가가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 트레킹에서 겪은 생생한 경험담이었습니다.
야크떼에 떠밀려 추락사한 사고를 직접 목격하는 충격적인 순간을 통해, 트레킹이 단순한 레저 활동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고 연약한 존재인지, 그리고 안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절실히 느끼게 하는 대목이었습니다.
작가는 이런 경험을 통해 길 위에서 만났던 사람들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한다고 합니다.
트레킹은 아름다운 풍경과 성취감만이 아니라, 때로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깊이 있는 여행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수많은 길들을 만나며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직접 가본 곳은 한 곳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ㅠㅠ
하지만 이는 곧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감동이 세상 곳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을 사로잡은 곳은 '트롤의 혀'라고 불리는 트롤퉁가였습니다.
노르웨이 3대 트레킹 중 하나라는 이 코스는 그 이름만으로도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절벽 끝에 혀처럼 튀어나온 바위 위에서 피오르드를 내려다보는 그 순간을 상상만 해도 가슴이 뜁니다.
언젠가 반드시 그곳에 서서 북유럽의 장엄한 자연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뚜르 드 몽블랑, 쿵스레덴, 파타곤아 피츠로이, 그랜드캐니언 카이밥 트레일 등 세상 곳곳에 펼쳐진 아름다운 길들을 보면서 나도 꼭 저 길 들을 걸어보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때로는 험준한 산길로, 때로는 푸른 바다를 끼고 도는 해안길로, 또 때로는 역사와 문화가 스며든 고즈넉한 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길이 있고, 그 길들이 모두 우리를 부르고 있습니다.
이제 어떤 길부터 걸어볼지 고민하는 달콤한 상상에 빠져볼 차례입니다.
* 이 시리즈는 총 4권으로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세계 100대 트레일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꼭 읽어 보시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