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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여자의 인생에 답하다
마르기트 쇤베르거.카를 하인츠 비텔 지음, 김희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여자의 인생' 이라는 소설책이 있을 정도로, 소설과 여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남자만 나오는 소설이 있다고 생각해봐라. 그것이 정말 인생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까? 여자가 소설 속에 있어야 비로소 사건이 생기고 갈등이 나오게 된다. 그래서 여자를 판도라의 상자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각설하고, 이 책은 여자의 기구한 인생과 운명에 대해 쓴 책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여자로서 살아가면서 닥쳐드는 인생의 고민을 , 그와 같은 고민을 했던 소설 속 주인공들을 찾아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자는 것이 목적이다. 그들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투영시켜보고 그들의 삶을 보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책에 소개되는 소설들은 여자로서의 고민이 무엇이 있는지 잘 보여준다. 목차상 연애와 일 사이, 가사와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여성의 모습, 강한 여자로 살아가야만 하는 삶에 대한 슬픔, 연인의 외도, 불륜 등 사랑에 대한 문제로 시작되는데 나중에는 보다 인간적인 고민들에 대해서도 나오게 된다. 질투, 두려움, 우울함, 강박증 등 정신적인 문제에 대한 것들은 남녀 모두 있을 수 있지만 특히 여자에게 더 많이 나타나는 정신과적인 문제들이라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요즘들어 여성의 사회적 성공도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옛날 사람들이라고 안 그렇진 않았더 모양이다. 시대별, 작품별로 등장하는 여성이 어떻게 권력과 성공에 목말라 했는지에 대한 주제도 재미있었다. 저자는 간략한 줄거리를 말해주면서 작품의 매력과 묘미를 더해 작가의 시각에서 해석해주는데,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해석이 마음에 든다. 작품들에 나오는 본문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서 적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조곤조곤 읽어주듯이, 대화하듯이 독자에게 말해주는데 이런 구성 또한 좋았다. 나즈막한 목소리로 책을 읊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예술 작품에서 사랑이 빠지면 아쉬운만큼, 나 또한 사랑에 대한 주제들이 제일 재미있었다. 저자가 말하길 섹스가 들어가는 사업은 망하지 않으며, 섹스가 주제인 소설 또한 불후의 명작은 못 되도 망하진 않는다 했는데, 정말 그런 것 같긴 하다. 사랑이야기가 좋고, 연애 이야기가 좋고 한 것은 누구나 그런 것 같다. 이 책에 나오는 소설 중 향수라는 소설은 나도 읽은 소설이어서 그런지 저자의 해석이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라는 태어날 때부터 향기가 없었던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르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도 아무런 향기를 발산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는다. 작가의 코멘트는 물론이고, 작품을 직접 쓴 저자들이 느끼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와, 그들의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의 소개, 작가들의 인생사의 소개 등 작품 자체에 대한 앎의 즐거움 외에도 작가에 대한 지혜를 주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