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논어 백 가락
황병기 지음 / 풀빛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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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는 동양의 성인인 공자가 쓴 대표적인 책이다. 하지만 최근 많이 조명되는 장자와는 달리, 공자는 가장 훌륭하면서도 현대인의 감성에서 좀 벗어난 듯이 비켜간 느낌이다. 음악의 모짜르트랄까? 천재적인 사람이지만, 너무나 당연한 말을 하기 때문에 그 음악이 천상에서 내려온 듯 하지만 말초적인 즐거움은 적은 모짜르트처럼 공자도 나에겐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쉽게 논어에 접근하면서, 역시 그 당연한 말과 당연한 물음에 당연한 답을 해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알 수 있었다.

 

저자인 황병기 선생님은 음악에 조예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분이셨다. 하지만 놀라웠던 점이 있는데, 가야금의 '명인'이라고 불리는 분이 음대를 졸업하고 악기를 정식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라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는 점이다. 36년에 태어난 선생님은, 51년부터 국립국악원에서 가야금을 배웠다고 한다. 참으로 신기한 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당시에 서울대학교에서 공부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인재임에는 틀림없는데, 법학과를 나와 가야금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다니 그것이 신기했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책에서 장한나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는데, 그녀가 세계적인 음악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 또한 철학과를 나온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참 신기하고도 대단하다. 그리고 이렇게 나이가 들어도 배움을 늦추지 않고 공자를 탐독한 결과 이렇게 책까지 내시다니 그 열정이 참으로 대단했다.

 

이 책은 가장 인간적인 방법으로 공자를 설명하고 있다. 인의예지를 근본으로 삼은 공자님 말씀에 따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인생과 친구,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공자의 말씀과 결합시켜 공자의 말씀을 잘 전달하고 있다. 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글귀 그대로를 옮겨 놓고, 한문으로도 그 내용과 뜻을 보여주고 있어서 공자 말씀을 듣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군자에 대한 개념에 대해 많은 내용들이 나오는데, 군자로서의 삶의 지침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며, 그런 말씀을 실천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함으로써 어떻게 하면 가장 인간적으로 성숙한 삶을 살 수 있는가? 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가야금명장으로서 음악이 어떻게 사람의 인격을 완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점까지도 다루고 있다. 예술이 추구해야 하는 것도 결국 중용의 미이며, 사람은 음악에서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그가 읽은 공자의 논어는 한두번 읽은 느낌이 아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무슨 일이 생길 때 마다, 논어의 말씀을 새기면서 자신의 잘못을 고쳐나가고 늘 반성하면서 살아온 사람의 느낌이 배어났다. 이 책을 통해 다시 새긴 인의예지는 생각할 수록 깊은 의미가 담긴 인격의 결정체같은 말이었다. 늘 노력하는 자세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것을 고치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잘못은 어떤 훌륭한 사람도 할 수 있지만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바로 잘못이라는 논어의 말씀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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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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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선물같은 책이다. 들어가는 글에서 작가의 말들도 참 가슴을 울리고 따듯했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문학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뭐라 할 수 없는 위안을 느낀다. 영화나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심리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노라면, 이렇게 많은 종류의 사랑이 많은 시간 동안 이어져 왔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지금 내가 하는 사랑도, 이 사람들이 이미 했던 사랑과 분명 닮은 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들의 마음을 공감하면서 읽다보면 어느새 굵직굵직한 문학작품들의 줄거리와 평론에 대해서도 꿸 수 있는 안목을 가질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지적인 욕망을 채워줌과 동시에 마음의 위로까지 주는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 나오는 소설과 영화들의 소재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모든 문학작품에 어떤 방식으로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인간이 순수해질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치가 바로 사랑이었고, 그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가면을 쓰고 추악하게 살아가더라도 사랑 앞에서 다시 순수해질 수 있기에 바로 사랑을 위대하다고 하는가보다. 지금까지 자신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단 한 사람을 위해 자신을 바꿀 수 있고, 자신의 목숨까지 버릴 수 있는 광기가 바로 사랑이 아닐까..

 

이 책엔 사랑에 빠져들때, 연애를 하면서 느끼는 과정들, 사랑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이별에 대한 트라우마, 서로의 결핍으로 인해 오히려 완전해지는 관계에 대해서 대강의 파트를 나누고, 그 주제들로 저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영화나 소설의 작품들을 가져와서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읽어보고 경험해본 작품들도 있었고,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 작품들도 있었다. 어렸을 적 읽었던 문학 작품을 어른의 시각으로 해석해서 바라보니, 사랑에 대한 이치가 온전히 다가와 깨달음을 주는 것 같아 어릴 적엔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는 듯 하였다. 그것은 영화를 보는 것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이미 봤던 영화들이 많았지만, 영화든 소설이든 순간의 감상을 잘 적지 않고 넘어가면 오래 기억하기 힘들고, 개인이 해석한 것이 정말 작가가 의도한 것과 비슷한지 궁금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이러한 문학 평론을 읽으면서 자신의 감상과 객관적인 이론 사이의 중간지점을 찾아가는 것이 바로 평론을 읽는 즐거움일 것이다. 전혀 다른 것을 느꼈다고 의아해 할 필요는 없지만, 공통의 감성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것도 분명 의미있는 독서의 태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사랑, 클로저, 적과 흑,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등 격정적인 사랑을 다룬 목록으로 책은 시작된다. 그 후 오페라의 유령이나 폭풍의 언덕, 원데이, 달과 6펜스같은 작품들을 통해 연애를 통한 자아 성장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이별을 주제로 한 작품들로는 노트르담 드 파리, 라트라비아타 같은 작품들이 나온다. 하지만 모든 사랑의 시작과 끝을 규정짓는 것은 어리석은 일 같다. 따라서 주제를 나누긴 했지만, 그저 한 권의 책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느낌이지, 기승전결의 느낌은 아니었고, 그것이 사랑의 요소를 더욱 잘 느끼게 해 주는 이 책만의 구성법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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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증언
이용석 지음 / 인사이트앤뷰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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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한 가족들의 유해 등.. 아마 이 책에 나온 사진을 정확히 보기엔 속이 울렁거려서 힘들 정도로 많은 종류의 유골이 사진으로 나와있다. 우리나라가 6.25라는 아픔을 겪은 지도 벌써 50년이 지났다. 어떻게 보면 짧은 세월이건만, 너무나 급격히 변하는 세상 앞에서 우리는 바로 앞의 역사마저 외면해버리는 어쩌면 치졸한 인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경쟁적으로 지식적인 교육만을 받아 왔고, 전쟁 세대였던 우리의 부모들은 그저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랬다. 그런 과정에서 꼭 필요한 인성 교육은 뒷전이 되어서 그랬던걸까... 역사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또 바로잡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 책을 지은 이용석 선생은 전쟁의 상황을 잊지 않고자 많은 자료를 조사하고, 모아왔다. 그리고 6.25에 대해 많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역사의 기초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생각하셨다. 국군 유해 발굴 감식단 과장으로서 2000년부터 6.25 50주년 기업사업으로 국군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이 시작되었고, 그는 이 일에 헌신하여 휴일도 없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해를 분석하고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는 등 객관적인 증거들을 확보하는 데에 애를 썼다. 그의 이런 모습은 신념과 가치관 없이는 불가능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국가가 국민에게 꼭 해줘야하고, 책임져줘야 하는 일들을 그가 대신 하는 것 처럼 느껴졌다. 국민에게 그저 나라에 헌신하라고 하고, 전쟁이 끝나면 경제 발전에만 골몰하는 국가라면 어떤 국민이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겠는가..

 

이 책을 통해 많은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전쟁이 일어나 본인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군대에 가야 했던 그 당시 상황들이 참혹했고, 유해들과 나무와 풀이 얽혀 시신 수습은 커녕 전쟁터에 그대로 남겨진 증거들이 마음 아팠다. 조국을 위해 죽어간 사람인데, 시신은 물론 그 유해를 거두지 못할 정도로 쉼없이 앞으로 달리기만 했던 우리.. 너무나 늦었고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총탄의 흔적이 선명한 유해.. 하반신만 남은 유해.. 그리고 이런 시신의 유해 위에 우리는 그들을 거둘 새도 없이 고속도로를 만들고 도시개발을 하고.. 그들을 잊어갔다. 참으로 통곡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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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은 없다 - 부속인간의 삶을 그린 노동 르포르타주 실천과 사람들 5
레그 테리오 지음, 박광호 옮김 / 실천문학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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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만큼 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1930년대 대공황이, 우리에겐 90년대 말의 IMF의 아픈 추억이 있다. 그런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자녀 교육을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사회적인 약자에서 강자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들이 바램이다. 저자도 그런 아픔을 겪은 어머니 아버지를 둔 세대였다. 하지만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많은 과목에서 낙제했고, 부모의 바램으로 들어간 공학과는 저자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런 와중 졸업을 하고 그가 들어간 세계는 육체노동자의 세계이다. 부두 노동자가 되어 샌프란시스코 부둣가에서 일하며 30년을 보낸 사람이 쓴 책이라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줄어든 일자리와 노동을 얻은 삶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순수한 희열 중 하나는 노동 후의 휴식' 이라는 임마누엘 칸트의 격언을 가슴에 새긴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차를 몰아 집에 들어가면서 느꼈던 하루하루의 일상이 이 책에 잘 배어있다.

 

고된 육체의 노동도 어떤 작업을 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과실 수확 작업을 할 때 쓰는 근육과 드럼통을 굴릴 때 쓰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가지 육체 노동에 대해 설명하면서 모든 노동자들은 일을 빠르게, 쉽게, 효율적으로 하는 기술을 가졌다는 것을 알린다. 누군가는 더 나은 방식을 고안하고, 효율이 좋은 기계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노동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실전에서 부딪혀 보지 않고는 더 나은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연으로 가치있는 일을 해낼 수는 없다.

 

저자는 육체 노동의 중요함과 소중함, 그리고 육체노동자의 삶에서 찾을 수 있는 긍정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같은 일을 함께 하는 육체 노동의 일터에선 어떤 대화든 화제를 이어나갈 수 있고, 그런 환경이 육체 노동자들의 사이를 끈끈하게 만들어 노조원들이 노조에 헌신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노조는 일에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공간이고, 일을 하는 내내 대화를 할 수 있다니 그래서 회사들의 노조라는 단체가 그렇게 끈끈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말이다. 하지만 회사 밖을 나가면 정치권에서는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없음을 또한 한스러워한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자본이 없는 그룹을 대표하겠다고 나서는 정치인들은 참으로 잘 없다. 미국에서도 노동계급은 시간이 지날 수록 누구도 대표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그런 세태를 걱정하고 , 노동자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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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 차가운 오늘의 젊은 작가 2
오현종 지음 / 민음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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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분홍색의 책. 손에 쏙 들어오는 이 책은 보자마자 왠지 마음에 들었다. 달고 차가운, 이라는 제목까지..

달콤한 디저트같은 내용의 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가니 과연, 작가가 얼마나 꿀맛같이 글을 잘 쓰는지.

작가의 꿀발린 어휘력에 감탄하면서 책장이 저절로 넘어간다. 풋풋한 20살들의 연애가 참 이쁘다.

반항적인 그들의 속내도 뭔가 아련히 이해가 간다. 나도 저랬었지..

음? 근데 점점 이야기가 나를 옥죄어온다. 반항기다운 그들이었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이들의 결말은 참으로 쓰고 차가웠다.

달고 차가운 건 누구였을까? 소심한 재수생이었던 강지용의 첫사랑.. 늘 달고 차갑고 또 따듯하다고 느꼈던 민신혜.

이들의 사랑과 배신이 뭔가 가슴을 미어오게 만든다.

 

강지용은 한국사회의 중산층을 대표하는 가정의 둘째 아들이다. 첫째형은 의대에 다니고 있고.. 실패란 부끄러운 것이며 서울 하늘 아래에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지 늘 전전긍긍하는 어머니를 두고 있다. 아버지도 마찬가지이다. 고위급 공무원인 아버지도 늘 둘쨰가 생각만큼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을 벌레 쳐다보듯 한다.(그렇게 주인공은 느끼고 있다) 이런 감정은 비슷한 집안에서 나고 자랐다면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특히 사춘기엔 그런 걸 크게 느끼다가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 아버지 마음을 이해하곤 한다. 어머니 아버지도 인간이고, 그들의 미숙한 교육 방식까지 껴안으려면 도대체 몇 살이 되어야 하는걸까.. 하지만 지용은 신혜를 만남으로써 크게 잘못된 선택을 하고 만다. 신혜는 지용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소녀이다. 같은 재수 학원생이긴 하지만, 친구의 이름을 빌려서 한달만 수강하는 중이다. 어렸을 적부터 이기적인 어머니 아래에서 성폭력을 당하며 살아와야했고, 그런 그녀가 기댈만한 곳은 이 세상에 없었다. 아이였지만 어른들의 더러운 세계를 너무 일찍 알았고, 스스로 살아가야만 했던 그녀에게 지용의 처지는 부럽기도 하고, 그런 환경 아래에서 투덜거리고 괴로워하는 지용이 안타깝기도 한 신혜, 하지만 그를 온전히 안아주고 위로해 줄 만한 따듯하고 달고 , 또 차가운 무엇이 그녀에게는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지용은 모든 것을 준다. 자신의 마음, 그리고 해서는 안 될 일 까지.. 그녀를 위해서 모든 것을 하는 그에게서 집착과 아집의 단면을 보았다.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어머니를 죽이고 싶게 증오하는 욕망,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신혜가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러니 투성이인 그의 신념.

 

이 책을 불편하게 만든 것은 아마도 그의 이기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후기에서 이 책에 대한 평을 하신 분이 <죄와 벌>의 주인공과 이 책의 주인공을 비교했다. 죄와 벌에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회개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 부분이 빠졌기 때문에 이렇게 불편한 느낌이 드는 것이라고 말이다. 탁월한 해석이라고 생각했다. 더 씁쓸했던 것은, 이 세상엔 이렇게 회개가 빠진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가진 것이 많으면, 많이 배웠으면, 돈이 많으면 자신의 생각이 전부 옳은 것인 줄 알고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씁쓸하게 다가오는 현실이다. 20살에만 이렇다면 좋을텐데. 나이가 들면서 겸손해지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으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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