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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급은 없다 - 부속인간의 삶을 그린 노동 르포르타주 ㅣ 실천과 사람들 5
레그 테리오 지음, 박광호 옮김 / 실천문학사 / 2013년 8월
평점 :
일자리만큼 서민들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1930년대 대공황이, 우리에겐 90년대 말의 IMF의 아픈 추억이 있다. 그런 아픔을 겪었기 때문에 자녀 교육을 열심히 해서 어떻게든 사회적인 약자에서 강자로 올라가기를 바라는 것이 부모들이 바램이다. 저자도 그런 아픔을 겪은 어머니 아버지를 둔 세대였다. 하지만 공부를 잘 하지 못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많은 과목에서 낙제했고, 부모의 바램으로 들어간 공학과는 저자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런 와중 졸업을 하고 그가 들어간 세계는 육체노동자의 세계이다. 부두 노동자가 되어 샌프란시스코 부둣가에서 일하며 30년을 보낸 사람이 쓴 책이라는 것이 대단하지 않은가. 줄어든 일자리와 노동을 얻은 삶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순수한 희열 중 하나는 노동 후의 휴식' 이라는 임마누엘 칸트의 격언을 가슴에 새긴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차를 몰아 집에 들어가면서 느꼈던 하루하루의 일상이 이 책에 잘 배어있다.
고된 육체의 노동도 어떤 작업을 하는가에 따라서 달라진다. 과실 수확 작업을 할 때 쓰는 근육과 드럼통을 굴릴 때 쓰는 근육이 다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가지 육체 노동에 대해 설명하면서 모든 노동자들은 일을 빠르게, 쉽게, 효율적으로 하는 기술을 가졌다는 것을 알린다. 누군가는 더 나은 방식을 고안하고, 효율이 좋은 기계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노동자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실전에서 부딪혀 보지 않고는 더 나은 방식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연으로 가치있는 일을 해낼 수는 없다.
저자는 육체 노동의 중요함과 소중함, 그리고 육체노동자의 삶에서 찾을 수 있는 긍정성에 대해서 언급한다. 같은 일을 함께 하는 육체 노동의 일터에선 어떤 대화든 화제를 이어나갈 수 있고, 그런 환경이 육체 노동자들의 사이를 끈끈하게 만들어 노조원들이 노조에 헌신하게 된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노조는 일에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공간이고, 일을 하는 내내 대화를 할 수 있다니 그래서 회사들의 노조라는 단체가 그렇게 끈끈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말이다. 하지만 회사 밖을 나가면 정치권에서는 노동자를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이 없음을 또한 한스러워한다. 우리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자본이 없는 그룹을 대표하겠다고 나서는 정치인들은 참으로 잘 없다. 미국에서도 노동계급은 시간이 지날 수록 누구도 대표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그런 세태를 걱정하고 , 노동자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생각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