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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2막, 여행하기 좋은 시절
김용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여행을 못가서 병이 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여행을 귀찮아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상상도 해 본 적이 없다. 근데 여행을 가려면 여러가지가 문제가된다. 20대초반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 20대 중반이 넘어가면 사회인으로서 휴가를 내기가 쉽지 않다.어쩌다 휴가를 내도 자유롭게 한달을 여행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30이 되면 슬슬 결혼의 압박과 결혼 후 살림살이 때문에 맘 놓고 여행을 가는 것이 힘들다. 나이가 먹으면 다리가 아파서 멀리 못 간다고 한다. 근데, 이 책이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나이가 들었지만 튼튼한 두 다리가 있다면 젊은 사람들도 감히 도전하기 어려운 아프리카에 도전장을 낼 수 있다는 것 !
이 책의 저자인 김용기씨는 그 이름에 걸맞게 예전에 히말라야와 안나푸르나를 여행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 그였기 때문에, 이젠 추운 높은 곳이 아닌 덥고 평평한 곳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동물이 있고, 사막이 있다는 것 밖에 그 외의 지식이 전무했던 그에게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것은 도전이었다. 그가 여행을 좋아한다는 것을 평생을 통해 알고 있었던 아내마저, 그런 오지를 여행한다고 하니 처음 나왔던 말이 유서를 쓰고 가라는 말이었다고 하니, 여행 좋아하는 남편을 둔 아내도 맘 고생을 짐작할 만 했다. 그는 책의 제목을 인생2막, 여행하기 좋은 시절이었다고 했지만 감히 상상해 보건대 저자는 인생을 통털어 아마 짬나는 대로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아내가 이렇게 진저리 칠 정도라면 말이다..^^ 도전하는 인생을 즐겨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책의 곳곳에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도전한 일 외에도, 다른 도전할 거리를 찾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엔 아름다운 사진들로 가득하다. 사진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여행하기를 평생토록 좋아했으니, 카메라와도 평생 함께하고, 사진을 공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르포기자보다 더욱 생생한 현장의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사람들과 동행하면서 함께 찍은 사진들이 훈훈한 느낌을 준다. 또, 대초원의 벌판에 홀로 앉은 노루나, 석양이 지는 초원을 파노라마로 찍어 놓은 것, 기암절벽과 사막의 조화 등 아프리카의 천연 자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텐트를 치고 캠핑하는 장면에서는 그 순간이 너무나 부러워졌다. 나도 엊그제 한강에 가서 텐트를 치고 여름밤을 즐겼는데, 사막의 더위와 추위를 견디려면 얼마나 튼튼한 텐트가 필요할까? 싶었다.
나이가 들어 편안한게 휴양지에서 놀고, 패키지 여행을 가는 것이 일종의 통과 의례같았다. 하지만 김용기씨의 책을 보고 자신이 도전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것이 행복한 사람의 삶을 볼 수 있었다. 가족들과 아내의 반란이 있지만, 좀 나쁜 남자라서 그것을 극복한다던가 아니면 좀 착한 아내라서 남편의 기호를 존중해 줄 줄 안다면, 이렇게 사는 게 얼마나 멋진가 하고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