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과의 산책
이지민 외 지음 / 레디셋고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이 책, 여신과의 산책은 8명의 작가가 구성하는 단편들로 만들어져 있다. 들어가는 글에서 <여신과의 산책>의 저자인 이지민 작가가 쓴 서문 중에, 마치 여덟명의 제빵사가 여덟 개의 케이크를 구운 것 같이 달콤하면서 슬프고 부드러우면서 깔끄러운 느낌이 난다 했다. 바로 잘 설명해 놓은 글 같다. 마치 여덟명의 섬세한 여성작가가 (물론 남성 작가도 있지만) 삶을 이야기하고, 해학과 판타지를 이야기하고, 그러면서 오묘한 맛을 내는 한 권의 단편집이 탄생하게 된다. 여러 작가들의 맛을 음미해 볼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말투가 여성적이고 내면을 향하고 있다.또,독특한 주제의 선택을 위해 노력한 점, 특별한 발상과 특이한 경험들을 위주로 이야기하고 있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말이다.

 

여신과의 산책은 진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여신과 산책하게 되면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냐는 질문에 나는 애인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할 거라고 했는데, 궁금해 해도 될 만한 것이었다. 선녀가 아닌 이름이 여신인 여자의 이야기였으니. 첫번째 단편인 여신과의 산책은 너무나 산뜻했다. 그녀와 사귀게 되면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다는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였다. 그녀를 찾아온 예전 남자친구의 친구, 그리고 그녀를 찾아온 목적과 그녀가 살아왔던 삶을 이야기 하면서 내용은 흥미롭게 진행된다. 왠지 덥썩 시작해서 필연적이란 것 없이 흘러가는 소설의 모양새였으나, 조금 이상 야릇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면서 읽으니 큰 거부감이 없었다. 다른 단편들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다. 식물인간이 되어서 Locked in syndrome에 걸려 누워있는 이야기도 쉽게 일어나지 않을 일 같다. 아내가 첫사랑을 만나 남편 몰래 바람피는 내용도 있었는데, 이건 왠지 (!?)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이 단편은 스토리의 구성도 좋았고, 대화도 맛깔스러워 작가의 필력이 느껴졌다. 내 스타일의 작가랄까? 이렇게 입맛대로 취향대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작가를 골라내면서 글을 읽는 것도 단편집을 보는 재미 중의 하나일 것이다.

 

단편은 장편과는 다르다. 한 가지 이야기를 방대하게 지어낼 수도 없고, 잛은 글 안에 줄거리를 집어 넣으려 하면 묘사도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장편과는 다르게 단편의 장점도 있다.간소한 이야기로 여운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쉼없이 오르는 것 같은 고지가 있는 소설이 아닌,쉬어갈 수 있는 소설. 이 책 또한 그러한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소란스럽고 복잡한 현실의 세계에서 잠깐 분리되어, 이상하고 신기한 이야기 속에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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