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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여행 끝에서 자유를 얻다 - 마음으로 몸을 살린 어느 탐식가의 여정
데이나 메이시 지음, 이유미 옮김 / 북돋움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음식을 먹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인간이 꼭 해야 하는 일 중의 하나며, 가장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즐거움이 왜곡되었을 때, 음식은 독이 될 수 있다. 요즘처럼 다이어트를 꼭 해야 하고, 말라깽이가 되어야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회 풍조 속에선, 무엇이 자신의 입에 맞는 것인지 보다는 뭘 먹어야 살이 안 찔까 먼저 걱정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살이 안 찌는 음식이 맛있는 것이라 학습이 되어 자신도 모르게 그런 음식들을 맛있다 느끼는 경우도 있다. 애석한 일이 아닌가. 학습화된 즐거움이라는 것이 말이다. 저자의 경우는 반대이다. 자신의 언니와 어머니는 말라깽이이지만, 저자는 16사이즈 (우리 나라로 치자면 88사이즈 쯤 된다고 한다)의 거구이다. 내가 알기론 2사이즈가 우리 나라의 44~55사이즈, 4사이즈가 55정도이고 6사이즈가 66이라고 알고 있는데.. 음 16사이즈면 88 사이즈 이상인 것 같다. 우리 나라엔 99사이즈가 없기 때문에 편의상 그렇게 써 놓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데이나 메이시는 어렸을 때 부모님의 불화 때문에 잘못된 식습관을 가지게 된다. 자신의 과식 습관이 어린 시절의 경험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을 30대 후반이 되어서야 알았다. 요가 선생님으로부터 "당신은 왜 이런 몸 안에 들어있나요? 당신 몸이 당신에게 가르치고자 하는 게 뭐죠?" 라는 질문 때문이었다. 외국은 불교나 도교 등 동양 사상을 경배하는 경향이 있어서인지, 그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질문에 감명받기도 하는 것 같다. 동양보다 오히려 더 영혼을 굉장히 중시하고 영혼에 대한 강연회도 많이 갖는 것 같다. 정작 우리 나라에선 "도를 아십니까?" 라는 말만 들어도 줄행랑을 치며 모른다 하는데 말이다. 외국사람이 한국에 처음 와서 그런 질문을 받는다면, 이 나라 사람들은 늘 이렇게 soul을 가까이 하는구나 하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녀는 그 질문으로부터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하였다. 뭘 먹어야 하며, 어떤 식으로 얼마나 먹어야 하는 것인지 그녀는 알지 못했다. 자기의 식습관의 원인이 외로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않았고, 그 깨달음을 얻고 나서야 자신을 바꿀 수 있었다. 이 책엔 그 오랜 여정이 나와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녀는 굶지 않는다. 먹을 것들을 사랑한다. 나는 그것이 오히려 더 감동적이었다. 자신에 대한 끊이없는 긍정성이 그녀가 비만해지기까지 그녀의 마음을 보호해 준 것은 아닐까? 뚱뚱한 여자 치고 맘씨 좋지 않은 여자 없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자신의 모습에 대한 긍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책엔 그녀가 특히 좋아하는 음식들과 그 음식들이 땅에서 어떻게 나고 자라는지, 그리고 그것들로 만들어지는 음식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해서 잘 나와있다. 요리에 대한 책을 낸 사람답게, 요리 평론가로서 이리 저리 많은 곳을 다니며 많은 요리사들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조리하는 과정도 나와있다. 그리고 다채로운 레시피도 덤으로 나와있어서 식욕이 당겼다. 그녀는 소시지, 치즈, 초콜릿, 올리브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음식들을 먹을 때 받는 소박한 즐거움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또, 고기가 식탁 위로 오기까지 벌어지는 일이라고 해서 무자비한 도축의 문제점과 나아가 육식의 문제점, 그리고 채식의 장점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나 같은 경우는 채소를 먹으면 장이 편안해서 채식을 하는 편인데, 이 책의 내용처럼 기절상자로 소를 기절시켜 금속 통로에서 총을 쏘고 소의 모든 기관을 떼어내는 장면을 설명하면서 이것이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에 대해서 말한다. 도축을 하는 과정을 본 사람은 고기를 먹을 수 없다 하던데, 나도 장이 편안해서가 아니라 무자비하게 살상되는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 채식주의자가 되고 싶단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