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 법정의 산중 편지
법정 지음, 박성직 엮음 / 책읽는섬 / 2018년 3월
평점 :
1955년부터 1970년까지 사촌동생 박성직에게 보내온 편지를 통해 청년 박재철에서 승려인 법정으로 거듭나기까지의 고통과 고뇌, 깨달음을 담은 「마음에 따르지 말고 마음의 주인이 되어라」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법정 스님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으며, 승려의 길을 선택함에 이전의 자신의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우리가 아는 법정 스님으로 다시 태어나기까지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법정 스님은 스님이기 이전에 청년 박재철이였다. 그런 그가 속세의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행의 길이라 여기는 승려가 되기를 선택하였다.
부모에게 불효를 저질렀음에 가슴 아파하며 사촌동생에게
"불쌍한 우리 어머님의 아들 노릇을 네가 대신 해 다오."
라며 거듭 부탁하고 서신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는 알리지 말라 말하며 고향 소식을 묻기도 하고 학업과 책 읽기 등을 강조하기도 했다.
나에게는 좋은 책을 읽는 시간이 곧 휴식 시간이다. 좋은 친구를 만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담소하며 차를 마시는 그런 경우와 같다.
- 「버리고 떠나기」- <나의 휴식 시간>에서
이 구절은 나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 했다. 육아로 인해 따로 휴식이라는 개념이 없이 지내오는 동안 책을 읽고 있는 순간이 나의 휴식 시간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에 몰입하고 집중하는 동안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또 다른 삶을 사는 것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독서를 하더라도 함부로 말고 지은이와 책을 가려서 읽도록 하여라. 책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될 수 있는 대로 외국어 특히 영어를 열심히 하여라. 어름어름 넘어가지 말고 확실히 알고 지나가거라. 너무 급하게도 말고, 그렇다고 쉬지도 말고 꾸준히 하는데 진보가 있으리라.
- 47p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까?
그리고 이 편지가 씌여진 해가 1956년인데 그 오래 전에도 외국어 특히 영어를 열심히 하라 당부하는 스님의 모습이 살짝 낯설기도 하면서도 중생이였다면 앞서가는 지식인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아플 때 약해진다. 내 몸 하나 추스리기 어려워 끙끙대고 있을 때 곁에 누군가가 정성스레 보살펴주면 그것만큼 눈물나는 일이 없다.
법정스님 또한 아플 때 수연 스님의 헌신적인 정성에 어린애처럼 울었던 적이 있으며 그때를 잊을 수 없다 하였다.
아우야!
항시 줄기찬 의욕을 지니고 모든 고난을 박차고 싱싱하게 즐겁게 살아가자. 편지로라도 좋으니까 무엇이든지 고민하고 있는 것, 혼자 생각으로는 어떻게 감당할 수 없는 것은 나에게 거침없이 물어라. 중에겐 아무런 흉허물도 없으니까.....
- 79p
마음 기댈 곳없어 힘들어하는 아우를 향한 스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비록 속세를 떠나 스님의 길을 택했음에도 마음 한 켠에는 오래도록 아우와 가족들을 걱정하고 소식을 기다리는 마음이 있었기에 스님이기 이전에 한 집안의 아들이며, 형이였을 그가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옴의 고통 또한 컸으리라 주고 받은 편지를 통해 짐작할 수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아우에게
"학교라는 게 꼭 무슨 형식에 사로잡힌 곳만이 아닐 게다. 보다 넓은 의미로라면 이 사회가, 나아가서 전 우주가 우리 학교가 아니겠느냐? 인생학교 말이다."
라며 이 인생학교에서 성실한 학생이 되라 말한다.
'인생학교'
인생 자체가 고행이고 학교생활의 연장선상인걸까?
사회에 나와서 늘 새로운 것을 알아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배우고 깨달음을 얻는 것을 보면 어쩌면 스님의 말처럼 우리는 또 하나의 학교인 '인생학교'생활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속세와의 연을 완전히 끊지 못하던 스님은 1964년 1월 14일, 궁벽한 산중으로 들어가 수도를 하겠다던 편지 이후로 6년 동안 편지를 보내지 않다 1970년 11월 27일 편지에 작은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늦게서야 받고는 법당에서 눈물을 흘렸으며, 겨울 안거가 지나야 출타를 할 수 있으므로 봄에 찾아볼까 한다는 편지를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이 책은 법정 스님의 산중편지와 함께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은 풍경 사진이 담겨 있으며, 스님 저서의 좋은 구절도 볼 수 있다.
종교를 떠나서 책과 인생에 관한 그의 이야기는 고요한 이 밤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