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실점
김희재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7년 2월
평점 :
나는 제목과 표지를 보면서 책의 스토리나 작가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자 하는지 궁금해하며 책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실점>은 그런 면에서 맞는 책이였다. 표지의 강렬함 만큼이나 프롤로그부터 충격적인 서술과 표현으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뉴스앵커이자 재벌가 며느리인 최선우의 실종과 죽음, 범인으로 검거된 명문대 출신의 촉망받는 예술가이자 학교교사인 서인하, 엘리트검사 강주희 이 세사람에 초점을 맞추어서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특히 범인으로 체포된 서인하의 경우 처음에는 묵비권행사로 일관하다 강주희 검사와의 첫 대면에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태도의 변화를 보이면서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갖게 하였다.
"증거대로, 사실만 갖고 나 기소할 수 있을까요?' - 66p
드디어 시작된 강주희 검사 vs 최선우와 연인관계이면 섹스파트너였다고 주장하는 서인하의 진실게임
팩트를 강조하는 강검사와 묵비권을 포기하고 노골적인 묘사를 곁들여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 서인하사이의 고도의 심리전은 이 책을 읽어나가는 내내 손에 땀을 지게 하고 최선우와 관련하여 또 어떤 폭탄같은 발언이 나올까하는 기대를 하며 읽게 만들었다.
'어느 쪽이 진실인 걸까?' - 85p
서인하와의 대화가 진행되면서 흔들림을 느낀 강주희가 팩트에 주력하기 위해 현장을 찾아 증거물을 수집하는 과정과 자신만의 증거를 찾았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에서는 독자인 나 역시 몰입하여 서인하의 진술을 뒤집을 증거를 찾게 하는 즐거움을 주었다.
'네가 인식한 나는 나 자체가 아니라 너의 시각을 통과한 나이고, 그것은 나의 실존과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지" - 154p
이 작품에서는 실존, 자아, 내면, 자신과의 갈등 등 정신분석학적 용어들이 등장하면서 작품의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자칫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표현으로 죽은 최선우의 이면을 진술하는 서인하의 진술부분에서는 충격적인 면과 최선우의 남편이나 주변지인들에 의해 진술되는 최선우의 모습을 보면서 이 작춤속에서도 지적했듯이 죽음 이후 살아있는 자들에 의해 재구성될 자신의 인생이야기에 대해 사람들은 얼마나 인식하고 살고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함께 나 역시도 죽음 이후 다른이들에 의해 표현될 나 자신을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를 주었다.
'서인하는 고최선우씨를 오랜 세월 스토킹해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망상에 사로잡혀 최선우씨와 자신이 연인관께라고 믿었으며 끝내 그녀를 납치, 강간, 살해한 것입니다.'
재판과정에서 드러나는 서인하의 여죄 그리고 또다른 반전은 끝까지 이 책을 놓치않게 만드는 힘이 되었다. 작가는 끝까지 우리에게 섣부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도록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황의 반전을 통해 서서히 치명적인 진실을 드러내고 있었다.
" 그 모습도 최선우였고, 제 앞에서 드러낸 모습도 최선우였습니다. 모든사람이 모든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건 아니니까요. 선우가 갖고 있는 또다른 모습을 인정하고 받아줄 수 있는 사람이 저 밖에 없기 때문에..." -280p
"소실점을 아세요?" - 287p
"저는 최선우를 똑바로 보기 위해 매 순간 새로운 소실점을 찍고 제 위치를 바꿔가며 그녀를 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있는 자리에서 결코 움직이지 않고 자신이 한번 찍은 소실점에 변동없이, 그 구도 안에 선우를 밀어 넣은 사람들은 보지 못했던 모습을 저는 그래서 볼수 있었고, 저는 그래서...." -288p
우리도 세상을 살아가면서 최선우처럼 내가 아닌 다른 모습의 가면을 쓰면서 살고 있는 경우가 있다. 완벽했던 그녀의 죽음, 그녀의 가면속의 진실을 알고 싶다면 끝까지 읽고 이 책을 덮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