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안재성 지음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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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 의해 기록되지 않았다면, 그 기록을 세상에 내놓겠는 용기가 없었다면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던 그리고 다시금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 담긴 수기가 고인의 후손에 의해 세상밖으로 나왔다.

정찬우, 그는 실존 인물로 전북 고창 출신이였으나 일제 말기 만주에서 항일 민주투쟁에 가담했다가 평양으로 귀환하여 북한 고위 관리의 신분으로 전쟁에 참가하면서 그의 운명은 달라졌다.
그는 그가 겪은 전쟁의 참상과 포로가 된 후의 형무소 생활 등을 기록한 수기를 남겼다.

수기로 작성된 오래된 그의 글에는 전쟁의 참혹함과 불운했던 우리의 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소설이 아닌 실존 인물에 의한 증언이기에 그 충격은 배가 되어 다가왔다.

학교에서 배운 사상이론은 단순했지만, 전쟁은 모든 사람의 생각을 헝클어놓았다. (중략)
어쩌면 정찬우 자신도 정신분열 상태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진리나 절대 선이 존재하지 않음에도 북 아니면 남을 선택해야 하고, 공산주의 아니면 자본주의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정신을 분열시켜놓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 227p

전쟁은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
폐허가 된 도시와 쌓여가는 시체 그 속에서 제정신으로는 살아갈 수 없는 극한의 공포와 살고자하는 열망 그리고 과연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하는 의구심까지....
이 소설을 읽어가는 내내 마음이 편했던 부분이 없었다.

역사 시간에 단순히 글자로만 배운 '전쟁'이라는 단어와 짧은 서술은 그가 남긴 자료를 읽는 순간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일 뿐 아니라 만약이라는 가정도 하고 싶지 않을만큼 참혹하고 상상도 되지 않는 모습이였다.

인간의 극한의 공포와 전쟁으로 인한 수 많은 이들의 희생과 죽음 그리고 인간의 강인한 생명력 등 겪고 보지 않고는 결코 알 수 없는 감정들과 상황들이 섬세하면서도 강렬하게 표현되어 있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았다」

"이제 제자리로 돌아왔구나. 25년만에...."
-322p

얼마나 간절히 원했을까? 자유를 그리고 고향으로의 귀환을...

누군가에게는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으나 점점 잊혀지고 있는 한국 현대사의 가슴 아픈 사건 중 하나인 '전쟁'이 한 사람의 기록에 의해 그리고 한 소설가에 의해 다시금 알려졌다.
그건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했던 그 이상의 아픔과 참상을 담고 있었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된다. 그리고 지금의 우리가 이렇게 살아갈 수 있게 전쟁에서 숨진 젊은 원혼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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