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라는 건 조작될 수 있다고 한다.내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이나 어느 시점의 기억이 진실일 수도 있고 허구일 수도 있다니 과연 우리의 기억이라는 걸 믿어도 되는걸까?자신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와타인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진실은 무엇인가국내에서 「고백」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작가 미나토 가나에그녀는 인간의 내면에 숨어있는 광기와 악의 그림자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인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양의 탈을 쓴 늑대'인간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 공존하고 있다. 선한 인간이라도 궁지에 몰리거나 예기치 못한 상황을 맞게 되면 내면에 숨어있던 악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자신을 보호하려 들기도 한다.「백설 공주 살인 사건」는 인간의 이중성과 기억의 진실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낙인'이라고 할까?'마녀 사냥'이라고 할까?내가 기억하는 과거와 타인이 기억하는 과거의 차이로 인한 한 인간이 얼마나 매도당할 수 있는지 보면서 섬뜩하기도 하고 진실게임의 끝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읽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우리네 민낯을 보는 것같았다.T현 T시에 있는 사구레 계곡에서 미모의 여사원인 미키 노리코가 수차례 칼에 찌른 상태에서 불태워진 모습의 사체로 발견되는 일명 '사구레 계곡 살인사건'이 발생한다.주간지 기자인 아카보시 유지는 피해자 동료를 통해 사건을 알게 되고 이를 자신의 SNS상에 실시간으로 올려서는 여론을 들끊게 하였다.이 과정에서 범인으로 지목된 피해자의 입사 동기인 시로노 미키, 여러 정황상 증거가 그녀를 범인이라 가리키고 주변 인물들의 진술 역시 그녀를 범인이라 확증하는 단계에까지 이른다.아카보시 유지는 그녀의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러 나서게 되고, 인터뷰과정에서 시로노 미키를 기억하는 지인들의 진술은 엇갈리게 되는데....이 소설은 동료, 동창생, 마을주민의 인터뷰와 당사자의 진술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우리 나라의 '그것이 알고싶다'라는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하는 구성이랄까?사건 발생과 용의자, 그리고 피해자와 용의자를 기억하는 주변 인물들의 진술...정말 범인이 시로노 미키가 맞는걸까?우리 부서 사람들은 모두가 정상인 집단에 이상한 사람이 하나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하나같이 방치했던 겁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괴물을 키우게 된거죠?- 87p과연 시로노 미키는 시노야마 시토시의 말처럼 괴물인걸까?저는 제 과거를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제가 괴롭힘을 당한 아이였을까요. 집념이 강하고 음흉한 여자였을까요. 제게 저주의 힘이 있었나요. 학창 시절에 아이들에게 미움을 받았나요. 친구라고 할 만한 존재가 있었나요. 자신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와 타인의 기억으로 구성된 과거. 과연 어느 쪽이 옳을까요.- 206p이 문구는 그녀가 범인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섬뜩함과 타인과의 서로 다른 과거 기억으로 인해 한 인간의 진실된 과거가 사라짐을 봄으로써 씁쓸함마저 들게했다.이 소설은 타인에 의해 어떠한 이미지로 '낙인'찍히느냐에 따라 평판이 달라지고 한 사람이 매도되는지 보여줄 뿐 아니라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비판과 상황을 면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면 속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한 점을 떼내어 이렇게 쓰면 재미있겠다라는 심상으로 글을 쓰는 주간지기자에 대한 비판 등을 담아내면서 우리 현 사회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제 18회 부천 국제 판타스틱 영화제 초청작 '백설 공주 살인 사건'의 원작소설인 이 작품을 영화는 어떻게 그리고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