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인생
데이나 스피오타 지음, 황가한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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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인생'은 어떤 인생을 의미하는걸까?

은행나무에서 출간한 데이나 스피오타의 「순수한 인생」이라는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처음부터 몰입도가 높아서 빠져들게 만드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건가?'라는 생각과 함께 뭔지 모르게 집중이 안되고 몰입도가 낮아서 책넘김이 더디다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탄력이 붙으면서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게 하는 작품이 있다.

「순수한 인생」은 내게 후자에 해당되는 작품이였다.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고 있으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또한 독특하게 느껴지고 총 4부로 구성되어있다.

모든 것을 가진 성공한 천재 여성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메도 모리
메도를 동경하면서도 다른 장르의 길을 선택한 여성 코미디 영화감독 캐리
목소리 하나로 할리우드의 유명 인사들의 연인이 된 베일에 싸인 여성인 니콜
메도가 니콜의 삶을 영화로 만들고 캐리가 메리의 비밀을 세상에 밝히면서 세 사람은 새로운 삶을 맞이하게 되는데... 

나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젤리'라는 여성에 매력을 느끼며 주목하게 되었다.
'젤리'는 그녀가 사용하는 별명 중 하나로 또 다른 이름은 '니콜'이며 진짜 본명은 '에이미'이다.
여기서도 느낄 수 있듯이 그녀에게는 가짜의 삶과 진짜의 삶이 있다.

그녀가 좋아한 것은 고객들과 느끼는 유대감. 그들은 나를 믿는다. 그럼으로써 거래 관계에서 신뢰 관계로 옮아간다.
이 부분이 그녀는 좋았고, 전화상에서는 자신이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임을 알았다.
- 129p


'젤리'는 시각장애인으로 콜 센터에서 일하는데 그녀는 전화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할당량을 채우거나 돈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재미를 위해 낯선 사람들과의 통화 자체가 목적인 '이유'가 없는 '순수한 통화'를 좋아했으며, 이때는 '니콜'이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당신은 어떻게 생겼어요?

내가 어떻게 생겼냐고? 당신이 봤을 때, 아니면 내가 봤을 때? 그건 다르지 않아? 내 시각은 명확하지 않아. 온통 열기와 흐릿한 윤곽선뿐이거든. 감정에 의해 빚어진 추상적 형태.... 본다는 건 그런 거야. 하지만 그는 대답을 원하지.
- 192~193p
 

"나는 전화를 좋아했어요. 왜냐하면 전화상에서는 나 자신이 될 수 있거든요. 나의 진짜 모습, 내가 됐어야 했지만 되지 못한 모습 말이에요. 난 한번도 그걸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 239p

자신의 목소리에 반한 남자들은 그녀와 통화를 하며 관계를 유지하다가도 만남을 제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때면 그녀는 자신이 바라보는 나와 남이 바라보는 나 사이의 간극을 느끼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진을 주거나 관계를 끝내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남자들이 보게 된다면 실망을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전화를 사이에 두고 진짜 모습을 숨긴 채 매력적인 목소리로 남자들이 자신에게 굴복하고, 기분좋게 자신과 어울리는 것을 즐겼던 것이다.


그녀의 말처럼 보는 것은 상대적이고 우리의 감정에 의한 추상적 형태임에도 사람들은 외모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님에도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는 세상에 대한 한 가지 생각이다. 메도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람들이 뭔가에 대한 사전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시각적 이미지가 그들이 아는 것을 전부 무효로 만들리라는 것도 알았다. 영화적 진실은 그런 점에서 기만적이다. 그것이 말하는 것과 보여주는 것은 서로 굉장히 다를 수 있다. 그리고 관객은 분명 자신이 본 것을 진실이라 믿으며 돌아갈 것이다. 그녀는 이 문제를 자기 영화에서 분명하게 드러내야겠다고 생각했다.
- 217p


이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감독인 메리의 경우는 영화를 통해 허구와 진실을 보여주려하고 거짓이면에 숨은 진실을 드러내보이고 사회에 소외된 이들을 포착하여 다큐영화로 다루어서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성공의 가도를 달리게 되는데 그러던 중 캐리가 자신에 대한 비밀을 폭로하고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인생의 전환을 맞게되는데....

「순수한 인생」은 영화라는 하나의 예술 장르 그 중에서도 다큐멘터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고, 단순한 허구를 담은 재미 위주의 소설이 아닌 인간의 욕망과 영화에 대한 정체성고민이나 철학적인 주제를 담아내면서 거짓보다 꿈에 가까운 순수한 인생과 그 이면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였으며 또 하나의 매력적이면서도 이색적인 소설로 기억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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