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사뿐사뿐 오네
김막동 외 지음, 김선자 / 북극곰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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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적 할머니의 집에 가서 할머니 뒤를 졸졸 쫓아다니면서 할머니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할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런두런하는 걸 좋아했다.


내가 성인이 되어서 할머니는 치매로 그동안의 자신이 간직해 온 기억과 주변인들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게 되었지만 과거의 기억만이 남아서인지 과거로의 여행을 자주 떠날 때면 옆에서 할머니의 한 많았던 자신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 맞장구를 쳐주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야기를 매번 처음 듣는 것처럼 들어주었던 적이 있었다.

치매는 할머니에게서 많은 것을 빼앗아갔지만 자신의 고향과 옛 추억들은 남겨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세상에는 없지만 영원히 나의 기억과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할머니가 너무 보고 싶었다.

북극곰에서 나온 「눈이 사뿐사뿐 오네」
여시 고개 지나 사랑재 넘어 심심산골 사는 곡성 할머니들의 시 그림책

 

 

 

 

자식과 남편의 뒷바라지만을 위해 자신의 삶은 생각하지도 바라지도 못하고 생활하며 자식들 끼니 걱정에 밤잠을 설치면서 일해도 모자란 살림으로 자식들에게 제대로 해 주지못함에 늘 미안해하는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눈이 사뿐사뿐 오네」

그림책 속에는 할머니들의 옛 추억과 삶의 애환이 담겨 있고 한 편 한 편의 시와 그림을 보고 있자면 뭉클하기도 울컥하기도 하면서 어린 시절 할머니와의 추억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이 글과 그림을 그리는 동안 할머니는 어떤 마음이였을까?
하루 하루의 생계를 걱정하고 앉으나 서나 자식걱정에 노심초사하던 그 분들이 글을 배우고 자신들의 생각과 추억을 되새기며 그림도 그리면서 자신들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지는 않았을까?

아이에게는 옛날 이야기를 나에게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어른이 되어서야 이해할 수 있는 그들의 마음과 삶에 대해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마냥 좋은 '눈'
곡성의 할머니들은 '눈'을 소재로 다양한 자신들의 추억과 삶을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눈이 사뿐사뿐 오네」는 아이와 어른들이 읽으면 좋은 그림책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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