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마음으로 바일라 3
박영란 지음 / 서유재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산을 오른다.
건강을 위해, 경치 구경을 위해, 무언가를 계획하고 마음을 다 잡고자 결심하기 위해, 무언가를 잊기 위해....

나도 매일 아침 산에 오른 때가 있었다.
좌절감으로 내 자신의 자존감까지 낮아 있던 시기였던 그때 난 엄마와 매일 아침을 집 뒷쪽의 산에 올라갔다.
그저 실패에 대한 아픔과 두려움을 잊기 위해 오르기 시작했던 등산에서 내면의 나를 돌아보고 엄마의 다정하고 따뜻한 격려의 말을 들으면서 새롭게 도전할 용기를 얻었다.

박영란 작가의 「다정한 마음으로」라는 소설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말 수 적고 속사정을 알 수 없지만 자기 동네를 벗어나 새로운 곳을 원한다는 정보말고는 아는 게 없는 고3 다정이,
그런 다정이를 룸메이트로 받아 준 여행사 에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는 '나'
그들의 동거는 '나'의친구 다희의 부탁으로 시작되었다.

들어온 첫 날부터 싸한 분위기의 다정이는 고3이라지만 공부의 '공'자와도 거리가 멀어보이고 데이브 브루벡의 음악을 틀어 놓고 새벽에 혼자 춤을 추지를 않나, 이른 아침부터 사라져서는 늦은 밤에 들어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였다.

다른 이의 삶에 끼어들지 않고 엮이고 싶지 않았던 '나'는 조금씩 다정이가 신경쓰이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다정이의 뒤를 쫒아가게 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도대체 무슨 사연을 가진 아이일까? 그리고 매일 아침 일찍 어디를 가는걸까?
나도 궁금했다. 다정이라는 아이가....

다정이의 행선지는 국유림, 그녀가 산으로 들어가는 이유는 산 속에 사는 개들 때문이였다는 것을 알게 된 '나'

"앞으로 밤에 갈거면 나하고 같이 가.!"
다정이가 잠시 생각하는 눈치더니 이랬다.
"언니랑 가면 덜 위험해요?"
그 말에 정확하게 답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답할 수 있었다.
"혼자보다 낫지."
- 67p

이 부분에서 '나'라는 인물의 다정이에 대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정이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지만 그래도 곁에는 있어줄 수 있다는 거....
'혼자보다 낫지'
힘든 순간을 견뎌내고 있을 때 곁에서 누군가 이런 다정한 말을 해주며, 손 내밀어준다면 슬픔과 힘겨움이 반으로 줄어드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그들의 산행에 또 한 명의 인물이 있었다.
그녀는 다정이와 '나'가 자주가는 밥집주인이라는 거 말고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식당언니'
그녀는 다정이의 산행을 알고 있으면서도 눈감아주고 오히려 지도를 보여주고 비밀 샛길까지 알려주었다.

이렇게 세 사람은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도 '밤 산행'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게 되고 다정이의 아픈 사연도 듣게 되는데...

우리처럼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누군가의 삶과 그 삶을 잊지 못하는 이들의 마음에 관한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문구를 단순히 글귀의 하나로만 여기며 흘려 봤는데 이야기의 끝자락에 가서야 이 문구가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었다.
누군가에는 이미 잊혀진 하나의 사건이 되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가슴에 묻어두고 가야하는 아픔...

소설 속 다정이가 왜 그토록 산을 오르내렸던 이유와 '동식'이라는 버려진 개의 사연은 먹먹함과 뭉클함을 느끼게 했다.

세상과 담을 쌓고 마음의 문을 닫아 버렸던 다정이가 세상 밖으로 조금씩 용기내어 발을 딛고 나갈 수 있었던 것, 그건 다정이를 다그치지 않고 묵묵히 곁을 지켜줬던 '나'와 '식당 언니'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힘든 시기를 겪어나가는 이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줄 따스한 이야기가 담긴
<다정한 마음으로>

백마디 말보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려주며, 다정한 마음으로 곁을 지켜주는 것이야 말로 힘이 됨을 보여주는 소설이 아니였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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