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노래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방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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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여있는 책탑을 보면 늘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까?' 고민하는데 오늘은 어떠한 고민도 없이 「달콤한 노래」를 집어 들었고 단숨에 읽어 버렸다.

"누군가 죽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제목과 상반되는 강렬하고 섬뜩한 문구가 눈길을 사로 잡는다.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한 문구의 선택이였다면 일단 성공이라 본다.

레일라 슬라마니, 그녀의 이름은 나에겐 생소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인 「달콤한 노래」는 신간 연재를 통해 조금은 알고 있었고 충격이였다.
그녀는 작품을 통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녀의 작품은 발표와 함께 큰 화제가 되었고 「달콤한 노래」의 경우는 평단의 극찬을 받으며 공쿠르상까지 수상하게 되면서 그녀를 프랑스의 문학스타로 부상시켰다.

아기가 죽었다. 단 몇 초 만에. 고통은 없었다고 의사가 분명하게 말했다.
- 9p

시작부터 강했다. 아기가 죽었다니... 그것도 단 몇 초 만에...
아이의 죽음에 울부짖는 엄마의 모습을 그녀는 '어미 늑대의 울부짖음'이라 표현했다.
그 얼마나 고통스럽고 끔찍한 일인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사건 현장 주변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보고 싶어 까치발을 딛는 그녀들처럼 나 역시도 무척 궁금했다.

폴과 미리암은 두 아이(밀라, 아당)의 부모다. 그들은 보모를 구하려 한다.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다. 미리암은 딸 아이에게 뭘 주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자기 뿐이라 생각했기에 주변에서 베이비시터 이야기가 나와도 들은 척도 안했다.
그런 그녀가 생각이 바뀐 이유는 뭘까?

밀라가 한 살반이 되었을 때 미리암은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하여 아당을 낳았고 남편 폴은 자신의 일을 하느라 바빠 육아를 돕지 못하면서 미리암의 삶은 침울해졌다.

때로 그녀는 속으로 
'얘들이 날 산 채로 잡아먹는구나' 
라고 말하기도 했다.
- 18p

마리암은 일명 '독박육아'로 인해 몸도 마음도 지쳐가며 우울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우연하게 만난 법학과 동창인 파스칼에게서 '다시 일 할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으면서 흔들리기 시작하고 이 문제로 폴과 갈등하지만 결국은 선택 가능한 방법을 찾은 것이 보모를 구하는 것이였다.

지원한 여러 명의 보모 중 선택된 여자는 루이즈, 미리암은 차분하고 아이를 돌보는 자연스런 행동의 그녀를 첫 눈에 반해 그녀를 선택하게 되고 그렇게 마리암의 가족과 루이즈의 관계는 시작이 되었다.

그녀가 오고 난 후 뒤죽박죽이었던 아파트가 완벽한 중산층의 실내공간으로 바뀌고 모든 것을 척척 해내는 루이즈는 폴과 미리암에게 있어 몇 주 사이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가 되었다.

루이즈는 밀라를 사납고 다루기 힘는 아이라 생각하며, 서서히 아이를 길들이기 시작한다.  날마다 늘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어준다.
고아, 길잃은 어린 여자아이, 다리가 하나인 곰 등 기이한 소재의 이야기들...

그녀의 정체가 뭘까?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보모일까? 아님 천사의 탈을 쓴 악마인걸까?
읽을수록 루이즈, 그녀가 궁금했다.

밀라의 생일파티가 있는 날, 루이즈는 지나치리만큼 밀라의 생일 준비에 열을 올리는 반면 미리암은 과거 생일과 관련한 트라우마로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한다.

루이즈가 좋아하는 놀이는 숨바꼭질, 규칙도 수를 세는 법도 없이 기습적으로 시작되고 그녀는 아무 말없이 사라진다. 그녀를 찾지 못한 아이가 무서움에 숨이 넣어갈 정도 울어도 놀이를 멈추지 않고 새로운 숨을 곳을 찾아 몸을 더 숨긴다.
어느 날 말리는 더 이상 소리치지 않고 그녀가 숨은 곳 주변을 빙빙 돌면서 못 찾은 척하며 빨래바구니에 걸쳐 앉자 느닷없이 벌떡 일어서고 그 바람에 밀라는 욕실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일까지 일어난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알 수 없는 느낌과 불안감에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점점 이해하기 힘든 루이즈의 행동에 긴장감마저 들었다.

워킹맘이 되고 난 후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어진 마리암, 집안일과 육아를 루이즈가 도맡아 하다 보니 좋기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서는 불편함이 들었다.
그러는 사이 루이즈는 이렇게 폴의 가족들 속으로 조금씩 자신의 둥우리를 틀어갔다.

루이즈, 그녀가 원하는 건 뭘까? 
보모로써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아님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인지...?

아이의 죽음으로 시작된 이야기때문인지 루이즈가 보이는 행동이나 생각들을 읽을 때마다 그녀를 분노케 한 것이 무엇이기에 끔찍한 일을 벌인 것인가하고 찾게 되었다.

그녀는 오르골 속 원형 받침대에 고정되어 미소를 짓고 있는 두 무용수같이 그들을 종탑 아래 세워두고 싶다. 그녀는 몇 시간이든 질리지 않고 하염없이 그들을 바라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녀에게는 이제 자기만의 확신, 고통스러운 뜨거운 확신, 자신의 행복이 그들에게 속해 있다는 확신이 있다. 자신이 그들에게 속해 있으며 그들이 자신에게 속해 있다는 확신.
- 100p

망상에 가까운 그녀의 확신, 그런 그녀가 안쓰러우면서도 무섭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했다.
사건은 이미 벌어진 상황에서 역으로 거슬러서 스토리가 전개되고 새로운 인물들이 중간 중간 등장하기도 하고 숨 돌릴 틈없이 계속해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예측하는 것은 포기하고 몰입해서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보자는 것으로 생각을 바꾸고는 계속해서 읽어 나갔다.

아이들 곁에서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아이들은 우리의 세상이 어떻게 생겼는지 아무 관심이 없다. 이곳의 어려움, 어두움을 짐작은 하지만 아무것도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루이즈가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면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녀는 그들 손을 잡고 눈높이를 맞추지만 이미 그들은 다른 곳을 본다.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놀이를 찾아냈으니 누가 말하는 것을 듣지 않아도 된다. 그들은 불행한 이들을 불쌍히 여기는 척하지 않는다.
- 269p

처음 이 소설을 읽었을 때는 미리암이 주인공이라 여기며, 그녀에게 초점을 맞추고 이해하려 했다.
하지만 마지막 장까지 읽고 난 지금은 루이즈가 주인공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행위는 분명 있을 수 없는 악행임에도 소설 속의 그녀의 삶과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보면서 연민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루이즈의 감정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는 시점을 보면서 씁슬함 마저 들었다.

레일라 슬리마니, 그녀는 파격적이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작품을 써 내려갔고 망상과 두려움으로 파괴되어가는 인간의 모습을 잘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루이즈라는 인물을 통해 보모에 대한 사회적 모순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미리암과 루이즈 두 여성을 통해 아이로 인한 여성의 삶의 변화와 아이와의 상호관계에서의 두 사람의 감정에 대해 느껴보도록 하고 있다.

나에게 「달콤한 노래」는 결코 달콤할 수 없는 심리스릴러물로 읽고 나서도 감정과 내용을 정리하는데 시간이 걸린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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