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 제주 하늘 아래 무심코 행복함을 느낄 때
조연주 지음 / 황금부엉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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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그곳에서 빛난다

제주도 하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라고 할 정도로 관광명소이다.

이런 '제주'를 소재로 홀로 제주 여행을 하며 글을 쓴 조연주 작가의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를 만났다.

여행에세이의 경우는 선택에 따라 복불복이라 손이 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내가 가본 곳인 '제주'를 배경으로 여행가이드북의 형식이 아닌 자신만의 스토리를 엮어 만들어 독자에게 소개하는 책이라 관심이 가서 읽게 되었다.

어느 덧 새로운 것보다 익숙한 것이 편하고 좋은 나이가 됐다. 지루해도 일상의 반복, 오래 만나서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이 좋다. 살면서 점점 감탄할 일이 없다. 크게 웃을 일이 없다. 그렇다고 슬프지도 않는다. 웬만한 일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점점 감정이 굳어간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하며 열을 올리던 일도 "그럴 수도 있지 뭐." 한마디로 상황을 끝내버린다.
- 20p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웃음많고 작은 거에 감동받으며 좋아했던 나였는데 조금씩 달라짐을 느끼는 요즘이라 그녀의 이 문구가 와 닿았다.

자신을 평생 여행이라고는 모르고 살던 여행무식자라 소개하는 작가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발견하고 받아들이고 대화할 수 있는 곳, 자신을 자꾸 부르고 끌어당겨주는 곳이 '제주'라 말한다.

그래서 아무리 흔한 음식도 제주에서 먹으면 다르게 느껴지고 특별한 이유없이 특별한 곳이라 생각이 드는 곳이라 했다.

그럼 나에게 있어 '제주'란 어떤 곳인가?
나에게 있어 '제주'라 하며 '가족과의 추억이 깃든 곳'이다.
제주의 첫 방문은 첫 아이의 태교여행이였고 그 다음은 친정가족들과의 여행, 이후는 시댁가족들과의 여행이였기에 제주를 생각하면 가족들과의 추억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작가의 나홀로 제주 여행이 그저 부럽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나가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다.
(아직 혼자만 여행을 가 보지 못했기에)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오롯이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 제주의 숨은 매력을 느끼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여행정보 책자가 아니다. 가이드북도 아니다.
제주의 명소를 소개하기보다는 내가 걸었던 길에서 겪은 경험과 사계절의 풍경,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나의 생각으로 채웠다. 그냥 제주가 좋아서 다녔다. 바닷가에 가서 앉아 있고, 오름에 오르고, 드라이브를 하고, 카페에서 책을 보는 그런 일들이 더 이상 여행이 아닌 일상으로 느껴졌다.
- 프롤로그

이 책은 작가의 자서전적 에세이로 독자로 하여금 그녀의 여행일기를 열어보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
삶에서 느끼는 회한과 힘겨움에서 벗어나 잡고 놓치 못했던 것들을 하나씩 놓고 비워가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에 나 역시 빠져들며 읽게 되었다.

늘 소심하게 겁먹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그녀는 제주에서 조금씩 자신의 틀을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고 새로움과 익숙함을 모두 받아들이고 행동할 수 있게 성장하였다고 한다.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제주이지만, 무엇보다도 도보를 할 수 있는 올레길이 최고인데 사실 몇 번의 제주 여행에도 올레길 한 번을 걸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돌아올 때면 늘 아쉬워하며 다음 번에 가게 된다면 '꼭 한 번은 걸어보리라.' 다짐을 했는데 그 다짐이 언제나 지켜질련지....

작가가 담아놓은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사진은 내가 그곳에서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해 주었고, 먹거리사진은 보는 내내 배고픔을 불러 일으켰다.

믿을 수 없는 게 제주의 날씨라고 했던가...
나 역시도 제주도 여행 중 날씨가 좋았던 적이 몇 번 없어 제주도를 갈 계획을 세울 때면 날씨 걱정을 안 할 수 없었다.
날씨 탓에 갑작스런 결항 소식이 우리 가족을 노숙자로 만들기도 했고, 계속된 지연 소식은 기다림에 지침을 주기도 했기에 특히 어린 아이를 데리고 갈 경우의 제주도 여행은 신경쓸 것이 많아 아름다운 추억들이 악몽으로 바뀔 때도 있었다.

그녀는 제주도 여행 중 만난 태풍으로 무서웠고 당황스러웠지만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진짜 태풍을 만난 후 알았다.
태풍이 지나가면 화창하고 평온한 시간이 찾아온다는 것을.
이렇게 제주의 바람은 나를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봄에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제주도는 어떤 느낌일까?
아직 제주의 봄풍경을 직접보지 못했기에 작가의 사진 속 풍경으로는 그 느낌을 모르겠다.
아이 때문에 자동차로만 이동하며 본 제주도의 해변주변도 기회가 된다면 자전거를 타고 봄바람을 맞으면서 달려보고 싶다.

「제주, 그곳에서 빛난다」는 한 번에 후루룩 읽고 싶은 책이 아니였다. 조금씩 천천히 제주의 알려지지 않은 곳과 숨은 매력을 느끼면서 일상에서의 탈출이 필요할 때 꺼내서 따뜻한 한 잔을 마시며 읽으면 좋은 책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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