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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령군, 망국의 요화
임나경 지음 / 밥북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일개 무당으로 조선을 쥐락펴락했던 망국의 불씨 진령군
왕과 왕비, 나라를 홀린 무당 비선실세의 권력놀음과 암투
소설가, 각본가, 역사칼럼니스트 이자 예술가라고 소개하시는 임나경작가님의 「진령군, 망국의 요화」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또 다시 반복되는 불행을 맞지 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학창시절부터 역사 시간에 숱하게 들어온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말의 의미를 잊어버린 채 매번 모습을 달리하며 다가오는 역사의 불행을 막지도, 피하지도 못했습니다.
- 작가의 말
처음 이 책이 소개되었을 때 '진령군 이성녀'라는 인물이 궁금했으며 가장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작가님의 역사관이 나에게 크게 자극을 주었기 때문이다.
잘못한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에는 그것을 반복하지 말아야함에도 우리의 역사는 늘 그러지 못하고 반복되고 있으며 권력의 남용으로 고통받는 이는 언제나 국민이였다.
"내가 바로 푸닥거리 한번으로 이 나라의 운명을 바꾸고 전하와 중전마마가 가장 아끼는 조선 최고 무녀 진령군이다.!"
그녀의 손아귀에서 왕과 왕비 뿐 아니라 권세가들도 놀아날 때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바로 민초들이였다.
「진령군, 망국의 요하」
소설은 1인칭 화자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화자는 바로 관왕묘 화랭이 길생
사람들은 그를 그렇게 불렀다.
그는 파락호의 자제로 얼굴이 반반하게 생겨서는 여인네들을 꽤나 울린 인물로 진려군 이성녀의 곁에서 몸시중을 드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고 그런 생활이 좋아서라기 보다는 생계를 위함으로 그녀의 최측근이라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역겨운 생활을 하며 그녀의 극악무도한 행실과 왕과 왕비를 농락하여 자신의 배를 부리고 가련한 백성들의 고혈을 빨며 제 배만 불리는 사악한 요물의 모습을 보며 그 생활에서 몇 번이고 벗어나고자 하나 그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그에게 민영준대감이 찾아와 '진령군 이성녀를 사냥하라'라는 거래를 제안하고 그의 제안을 수락하며 그의 첩자노릇을 하게 된다.
그녀를 사냥하려면 그녀의 약점을 잡아야하는 법, 그것은 매관매직으로 걸태질을 하며 뭔가를 기록해둔 작은 쪽빛 서질을 찾아서 민영준에게 넘기라는 것이였다.
그러나 쉽게 당할 그녀가 아니거늘, 그녀가 없는 틈에 그것을 찾기 위해 뒤지던 중 발각이 되어 신당에서 쫓겨나게 되고 누군가의 습격으로 죽을 뻔한 것을 왕비의 호위무사인 홍계훈에 의해 목숨을 건지게 된다.
길생은 그의 목숨을 살려준 홍대감을 위해 그녀를 무너뜨릴 수 있는 쪽빛서질을 넘기기로 하고 신당에서 같이 생활한 연비까지 이용하게 되는데....
민영준과 홍계훈의 '진령군 이성녀 사냥'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왕과 왕비를 등에 업고 의기양양한데 그녀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소설에는 진령군 이성녀가 처음부터 요물과 같은 인물은 아니였음이 나온다.
어린시절 그녀의 어머니는 창우광대와 눈이 맞아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가서는 마음내킬때면 간간히 찾아오고 그녀는 무뚝뚝하고 살가운 사람은 아니지만 할머니 밑에서 자란 무녀였다.
과거를 회상하며 모질고 밉지만 그래도 어미라고 집을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말하는 대목이랑 당골년이라는 이유로 마을에서도 천대를 받고 이루어지지 않은 첫 사랑으로 마음 아파하는 대목 등에서는 그녀에게 연민의 정이 느껴졌다.
그녀는 가난과 핍박 속에서 지내온 던 중 신의 힘이 아니라 인간의 간교한 술수로 단 한 번 찾아온 호기를 놓치지 않고 부여잡았고 그것으로 권력의 힘을 맛보게 되고 중전마마를 자신의 손아귀에서 쥐락펴락하면서 나라의 운명까지 뒤흔드는 '요물'로 변하게 되었다.
"우리네 인생사가 꼭 이 여름날 같지 않느냐? 버거울 정도로 모질게 뙤약볕이 내려쬐다가도 이내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숨 한번 돌리고, 청명한 하늘을 보며 아리따운 꽃에 기뻐하다가도 심술궂게 쓸어버리는 빗줄기에 놀란 가슴 쓸어내리니 말이다.
나 또한 그러했느니라. 인생사 새옹지마라 하지만 기쁜 일보다 힘들고 가슴아픈 일들이 세상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만들었지."
- 50p
그녀의 이 말이 참 와 닿았다. 그리고 이 말 속에 세상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고 지금의 그녀가 되었음을 암시하는 말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영민한 조선의 국모는 세자의 안위를 위해 천지신명께 정성스레 기도를 해준다는 진령군 이성녀의 말을 철썩같이 믿으며 주변의 측근들의 옳은 말은 들으려하지 않았다.
조선의 망국이 과연 '진령군 이성녀' 그녀 때문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소설을 읽으면 먹먹함과 답답함, 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을 느꼈다.
한 사람의 농간으로 나라가 흔들렸을까? 권력을 통해 자기 이속을 챙기려는 정치가와 사리분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지도자 등 이들로 인해 빈틈을 보고 세력을 펼친 외세에 의해서 결국은 망국의 길을 걸은 것은 아닌지....
국정농단사건을 보면서 100여년전의 역사에서도 이와 같은 모습을 지닌 '진령군 이성녀'을 떠올려 각종 사료와 무속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고 이야기를 구성하셨다는 임나경작가님
아픈 역사를 잊지 않아야만 또 다른 얼굴로 나타나는 역사의 불행을 막을 수 있다는 작가님의 마음처럼 나 역시도 그런 생각으로 우리의 아이들도 역사를 꼭 배워야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암기식 역사공부로 인해 아이들이 점점 역사를 배우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는데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역사는 꼭 알아야하며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진령군, 망국의 요화」
이 소설은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단숨에 읽히는 가독성이 좋은 소설이다.
시대상을 드러내기 위해 고어를 재현하여 쓰고 있는데 뒤에 부록으로 고어사전이 있기에 참고하면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한 인물을 통해 조선말의 시대상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작품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