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진짜 인생은
오시마 마스미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기묘한 소설에서 나는 나의 새로운 풍경을 보았습니다.
이 소설을 쓰면서 무언가가 신비롭게 달라진 듯합니다.
- 오시마 마스다

우리는 가끔 누군가의 갑작스런 죽음을 보거나 생각지 않은 일을 당했을 때
"인생 참 덧없다. 별거 없는 인생 뭘 그리도 바둥거리면서 살았나?"
라고 말할 때가 있다.

'인생'이라는 단어 속에는 다양한 사연과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가끔은 힘든 순간에 직면할 때면 나 역시도 나 자신에게 되물어본다.
"내가 제대로 인생 살고 있건가??
이게 진짜 나의 인생인건가??"

여기 우리 모두에게 자신의 인생을 한 번쯤 뒤돌아보면서 점검해보게끔 하는 질문을 던지는 이가 있다.

당신의 진짜 인생은?

베스트셀러 '비단 배' 시리즈의 작가이자 이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는 인물인 모리와키 홀리. 그녀는 특이한 캐릭터로 점쟁이도 아니면서 뭔가 영적 느낌을 가지고 말하는 것 같으면서 가끔은 봇물터진 듯이 말이 많아지면서 스스로 통제못할 정도로 주절주절 계속 말을 하고는 끝이고 말한 내용을 한 동안 기억하는 듯하지만 이내 잊어버린다.
최근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한 동안 작품을 쓰지 못하고 있으나 포스나 그녀가 툭툭 던지는 말에서는 그녀의 프로작가적인 면모가 느껴진다.

요즘, 이 인생이 타인의 것이라면 좀 더 충분히 음미할 수 있을텐데, 하고 아쉬울 때가 있다. 자신의 인생이니 음미하기가 어렵다.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매번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당신의 진짜 인생은
- 23p

그녀와 얽히는 이들에게 홀리씨가 잘하는 질문이자 말이며 이 소설을 읽는 동안 가장 많이 등장하는 말이
"당신의 진짜 인생은?"

우시로게이코, 그녀는 소설 속의 또 다른 인물로 홀리씨를 만나서는 뭔가에 홀린 듯 멀쩡히 잘 다니던 시민회관을 그만두고는 홀리씨의 비서로 들어가 그녀곁에서 오랜 시간 같이 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도움이 없이는 홀리씨는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없었을 것이며, 그녀의 명성이 계속해서 이어지지 못했을 정도로 그녀의 공이 컸고 홀리씨 저택에서의 대들보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녀는 쓰러진 홀리씨를 대신해서 의뢰가 들어오는 작품 중 에세이나 콩트류와 같은 짧은 글을 대필해주는 홀리씨의 '대필작가'이기도 했다.

우시로게이코
아, 내 이름이 이랬구나. 하고 새삼스럽게 생각한다. 인식하고 있지만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는 현상을 게슈탈트 붕괴라고 했던가. 그 일종일까
자기이름이 자기이름으로 얼른 인식되지 않는다.
우시코게이고, 그런 이름의 인간이 있다는 건 그럭저럭 알 수 있는데, 그게 자신이라는 점은 확신이 잘 안간다.
- 19p

구미사키 마미, 이 소설에서 분위기전환이 제일 많이 된 캐릭터이며, 생동감이 없었던 홀리씨 저택의 분위기를 마법처럼 바꿔놓은 인물이 아닌가 싶다.
그녀는 글을 쓰지만 출판사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신인작가였는데 가가미라는 편집자의 소개로 자신이 동경하는 작가인 홀리씨의 저택에 들어가게 되고 그런 그녀를 처음 보자마자 홀리씨는 자신의 소설인 '비단 배'시리즈에 등장하는 고양이인 '처칠'을 닮았다고 해서 '처칠'이라 불리우게 된다.

사람보다 고양이를 닮았다니... 그것도 첫 만남에서... 하지만 자신이 동경하는 작가이기에 그녀의 작품 속 캐릭터이기에 대꾸하지 못하는 마미를 보면서 황당하지만 나라도 그런 자리에 있었다면 멍한 상태로 아무말을 못했을 것같다.

마미는 우시로부터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되는데 그건 바로 홀리씨라고 알고 읽었던 잡지의 내용이 우시로가 대필해서 작성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마미 역시도 이 집에서 생활하다보면 '비단 배'의 속편을 쓸 수 있게 될지 어떻게 알겠냐는 황당하고도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혼란을 겪으며 홀리씨의 저택에서 짐을 싸서 나오게 되지만 결국은 다시 우시로와 가가미에 의해 연행되어 들어가게 된다.
그러다 우연하게 듣게 되는 이야기로 인해 소설을 쓰는 일이 아닌 자신이 잘하는 '고로케튀기기'의 재능을 살려 홀리씨의 저택의 죽은 듯한 분위기도 살리고 고로케를 먹은 모든 이들이 옛추억에 잠기거나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의 고로케'를 만들면서 그녀의 내면의 분위기와 인생의 판도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가 극찬하는 '마법의 고로케'
야심한 시간임에도 출출한 배를 부여잡고 "아~ 먹고 싶다. 어떤 맛일까"
혼자 상상하며 소설을 읽어나가는 내내 고로케를 표현하는 부분들이 나올 때면 군침을 삼키기도 했다.

각기 다른 캐릭터의 세 사람,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글을 쓴다는 것.
하지만 글 쓰기에 있어서는

홀리씨에게는 처음에는 답답한 세상을 벗어날 수 있는 무기이자 마법이였던 것이 결국은 집필을 활동을 하지 않음에도 자유로움을 느낄 수 없게 하는 끔찍한 마법으로 변하게 되었다.

우시로에게는 평범했던 직장인이였던 그녀를 홀리씨의 대필작가 활동을 하면서 글을 쓰는 이로 만들어 준 것이였다.

마미에게는 소설 쓰는 것이 다 인줄 알았으나 홀리씨를 만나서는 자신의 인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결국은 글쓰기가 아닌 다른 인생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되었다.

「당신의 진짜 인생은」은 '인생'이라는 단어때문일까?
소설에 나오는 말들 중에 와닿는 부분도 많았으며, 진정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소설을 읽어가는 내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누군가를 만나 인생이 달라졌다면....
나의 진짜 인생은 무엇일까.
당신을 만나기 전? 아니면 지금의 내 인생?'

세 사람의 이야기와 생각들이 번갈아가며 진행되지만 읽고 나서는 한편의 인생에 관한 에세이를 읽은 듯한 감동과 여운을 주는 소설이였다.

가을밤 뭔가 감동과 사색에 빠지고 싶다면 사람을 홀리는 매력을 지닌 모리와키 홀리로 인해 뭉친 세 사람의 삶을 담은 「당신의 진짜 인생은」을 읽으며 이 후의 그들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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