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에덴동산에 대한 신화'를 떠올렸다.

뱀의 교묘한 유혹에 넘어가서 '선악의 나무'에 있는 열매를 먹지 말라는 경고를 이브는 어기고 금단의 열매를 입에 넣었으며, 아담에게도 건네주어 그 역시도 그 열매를 먹게 된다. 이 후 이들은 에덴동산에서 추방되고 이들을 유혹하여 금단의 열매를 먹게 한 뱀은 모든 동물 중 가장 혐오스러운 존재가 되었다는....

이런 에덴동산에 대한 신화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 「거짓말을 먹는 나무」

'바람이 폭풍처럼 몰아치는 언덕 위의 고택'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이에 영향을 받아 6세 때부터 기묘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썼다는 작가 프랜시스 하딩

「거짓말을 먹는 나무」는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영혼을 파괴하는 금단의 식물인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과 사회의 편견에서 벗어나 여성자연과학자가 꿈인 페이스가 목사이자 과학자인 아버지 선더리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기이한 현상과 충격적인 진실에 관한 미스터리 소설이다.

저명한 박물학자인 에라스무스 선더리 목사와 그의 가족은 새로운 화석발굴을 위해 고향을 떠나 외딴섬인 '베인'으로 떠나지만 이는 표면적인 이유이고 사실은 <인텔리전서>에 실린 의문의 스캔들로 인해 학계에서 신뢰를 잃고 손가락질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야반도주였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들을 반기던 마을 사람들이 의문의 스캔들에 대한 소문을 알게 되면서 페이스가족들을 멸시하고 피하기 시작하고 그러던 중 페이스 아버지인 선더리목사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게 되었으며, 페이스는 아버지의 죽음에 의혹을 갖고 죽음의 진실을 밝혀 아버지 뿐 아니라 가족의 명예를 회복하려 한다.

단서를 찾아가던 중 아버지가 남긴 유품 인 편지와 서류, 일기장등을 통해 아버지가 숨기려했던 비밀과 거짓말을 먹으면 열매를 맺고 그 열매를 먹으면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 '거짓말을 먹는 나무'를 알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을 알기 위해 거짓말을 속삭이던 것이 점차 거짓말의 유혹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과연 페이스는 아버지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고 걷잡을 수 없이 늘어가는 거짓말의 유혹에서 잘 빠져나올 수 있을지...
결론이 궁금해서 한번 책을 잡으니 놓을 수가 없었다.

아버지는 왜 배를 타고 갔을 때 자정까지 돌아와야 한다고 말했을까?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그 신비로운 식물을 감추려고 했을까?
- 193p

"난 착하지 않아. 내가 느끼는 감정을 착한 사람들은 느낄 수 없어. 난 사악하고 거짓말쟁이이고 분노로 가득 차 있어. 난 구원 받을 수 없어."
페이스는 더 이상 무력하지도, 온 몸이 달아오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지도 않았다.
- 219p

그 나무는 덩굴식물처럼 생겼지만, 아주 놀라운 특성을 지닌 감귤류 같은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그 나무는 어두운 곳이나 빛을 가린 곳에서 잘 자라며, 거짓말을 먹일 때만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힌다고 했다.
- 223p

이 소설 속에는 <종의 기원>발표 이후 영국이 과학적 혼란을 겪는 모습, 성차별적 발언 등을 통한 시대적 상황을 알 수 있는 부분들과 순수한 페이스의 모습과 분노와 증오와 복수심에 불탄 페이스의 모습과 같은 인간의 이중성을 잘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등장인물이 많다. 그런 경우 나는 읽으면서 메모장에 이름으로 적는데 이 소설의 경우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친절하게도 시작 전에 등장인물이름과 간단한 소개가 되어 있기에 필요시에 앞으로 돌아와 찾아보면 되었기에...

사실 첫 시작부터 소설이 흥미롭고 진행이 빨라 가독성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외딴섬인 베인에 정착하고 소문이 퍼지면서 반전의 분위기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중반으로 가면서 재미와 미스터리함과 긴장감으로 책장이 빠르게 넘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페이스의 내면의 소리에 대한 묘사부분에서는 심리스릴러다운 면모도 볼 수 있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인데도 읽기 시작하면 그 페이지의 수는 느끼지 못하고 푹 빠져서 읽게 되었다.
거짓말의 유혹과 그 파장을 보면서는 '거짓말은 불과 같다.'라는 작품 속 이야기처럼 진실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거짓말의 무서움을, 강력한 힘을 지닌 금단의 식물을 갖기위해 온갖 일도 벌일 수 있는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남성위주의 사회에 맞서 여성자연과학자가 되려는 열망이 강한 14세 소녀 페이스의 의지 등 다양한 요소들을 느끼며 읽는 재미가 쏠쏠한 작품이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거짓말을 먹고 자란 나무의 열매를 먹은 사람은 가장 비밀스러운 지식, 그 사람이 가장 알고 싶어하는 지식을 알게 된다는 유혹앞에서 과연 나 자신도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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