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마일리스 드 케랑갈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기이식 기다리다 하루 3명꼴 사망....
몇일 전 우연하게 기사를 보게 되었다.
장기이식 인식의 부족과 정부의 책임 떠넘기기라는데...

장기이식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지만 갑작스런 죽음으로 허망한 유가족의 입장에서 장기이식의 결정이란 쉽지 않은 고통의 순간일 것이다.

체온이 남아있고, 심장이 뛰고 있으며, 숨을 쉬고 있지만 뇌는 죽은 상태의 뇌사상태를 의료계에서는 사망 또는 죽음이라 여기는 것을 환자의 가족들은 쉬이 받아들일 수 없고 꺼져가는 희망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임을 당해보지 않고도 느낄 수 있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
한 인간의 심장, 한 인간의 생
그것이 다른 생명으로 이식되는 과정을 담은 24시간 기록....


시몽 랭브르... 몸에 문신을 하고 있고 서핑을 즐기는 젊은 청년으로 그날도 친구들과 이상적인 너울이 치는 파도에서 공포와 욕망을 오가며 서핑을 즐기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어 심장은 뛰었지만 의신이 없는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되어 온다.
 
소생의학과는 갈림길에 선 생명, 절망적인 코마, 예고된 죽음들을 맞아들이면서 그처럼 삶과 죽음의 한 가운데에 걸쳐 있는 육신들을 수용하는 별도의 공간이다.

소생의학과의 병실 한 곳에 누워 있는 시몽...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온 시몽의 엄마인 마리안에게 소생의학과 의사인 레볼은 말한다.

"아드님의 상태가 아주 위중합니다."
"깊은 코마 상태입니다."
"시몽이 입은 손상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그녀의 충격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되고 상상으로라도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지만 '만약에 나에게도 이런 상황이 온다면...'
역시 그에 적당한 말이나 표현을 찾기는 어렵다.

마리안에게 시몽의 상태를 전한 뒤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토마 레미주에게 전화를 거는 레볼...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에겐 환자가족의 심정을 헤아리는 것보다 한 명의 장기적출자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인가라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시몽의 아빠인 숀에게 사고 소식을 전하는 마리안의 모습과 두 사람이 느끼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의 순간과 시몽을 만나기 위해 병실을 찾아와선 시몽을 가까이서 살펴보며 느끼는 두 사람의 모습은 읽는 내내 먹먹하고 울컥하였다.

마리안은 아이의 숨결을 느껴 보려고 아이의 입 위로 몸을 수그리고,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어 보려고 가슴에 뺨을 갖다 댄다. 아이가 숨을 쉰다. 그것이 느껴진다. 아이의 가슴이 뛴다. 그 소리가 들린다.
- 109p


레볼은 "왜 아이가 도착하자 마자 수술을 하지 않았죠?"라는 숀의 질문에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너무 늦었습니다." 라는 확신과 오만에 가까워 보일 정도의 흔들림없는 침착함을 보이면서 숀과의 대조적인 태도를 보인다.
환자가족과 의사사이의 흔한 광경이라고 할까... 늘 최선을 다했다 라거나 할 만큼했다라고 말하는 병원 내에서의 의사들의 말과 태도가 다시금 떠오르면서 안타까움과 분노도 느꼈다.

숀과 마리안은 나란히, 어색하게 소파에 앉아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궁금해한다.
그리고 두 개의 주홍색 의자 중 하나에 토마 레미주, 그가 손에 시몽랭브르의 의료차트를 들고 앉아 있다. 하지만 세 명의 인물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고 그 순간에 동일한 시간의 흐름을 타고 있다 하더라도, 지상의 그 무엇도 고통에 잠긴 그 두 존재와, 목적을 품고(그렇다. 목적이 있다), 그들의 아이의 장기 적출에 대한 동의를 얻어 낼 목적을 품고 그들 앞에 와서 앉은 그 젊은이의 사이보다 더 벌어진 것은 없으리라.
-  139p


장기적출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고통과 슬픔에 빠진 숀과 마리안에게 토마는 자신의 목적달성을 위해 계속해서 질문을 통해 결정을 유도해나가고 결국은 「기증하겠습니다.」라는 답을 얻어내면서 시몽의 장기 적출과 그의 심장의 받게 될 다른 이의 이야기들이 병행하여 그려지는 부분을 읽으면서 누군가에게는 뼈를 깍는 고통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 삶을 살아갈 원동력을 제공하는 면에서 '장기이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었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다소 민감하고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기에 어떻게 그려질까 하는 궁금증에 읽게 되었는데 서핑을 즐기기 위해 때를 기다리며 결국 그 때를 즐기는 주인공의 모습과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파도의 움직임만큼이나 격동적이였으며, 사고 이 후의 시몽부모의 정제되지 않은 감정상태의 묘사와 대조적이게 그려진 레볼과 토마 등의 냉정한 감정표현 장기 적출 동의 결정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시신해부와 장기이식의 부분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적나라하고 전문성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긴 문장과 상황에 대한 감정이입으로 인한 힘겨움으로 한 번에 쭉 읽지 못하고 몇 번에 걸쳐서 책을 읽었다 덮었다를 반복하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