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잇다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7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이라는 소재로한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모든것을 기억하는 이의 이야기,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달라는 이의 이야기,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붙자고 싶어하는 이의 이야기....
기억은 우리의 인생의 궤적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 기억이 조금씩 조금씩 희미해져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기억의 사라짐에 가슴아프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한 남자가 있다. 그의 이름은 서수철... 그런 그에게는 잊어서는 안되는 자식이 있으시니 그의 이름은 서수민... 이 두 사람이 각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여행을 떠나고 그 속에서 잊고 있었던 추억을 되새기고 깨달음을 얻어가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기억을 잇다.」

이 책은 첫장을 넘겨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 가슴이 먹먹하고 울컥울컥하더니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병원에서 치매 초기판정을 받은 서수철
원망과 서글픔에 병원복도를 걸어나오면서
" 세상에 당연한 건 없어. 나이를 먹었다고 모든 일을 체념하게 되지는 않아." 라고 계속 중얼거리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병에 대한 걱정보다 자식에게 짐이 될까봐 자신이 치매에 걸렸음을 말하지 못하고 신변정리를 하며,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그의 기억의 장소로의 여행 그건 바로 자식(서수민)과 갔던 장소 이면서 그의 아버지가 자신을 데리고 갔던 장소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 내 그리보니 자식 놈과 갔던 곳이 아버지와 함께 들렀던 곳이었구먼."
- 80p

직장에서 명퇴하고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은 서수민
그에겐 자신이 부양해야할 자식이 둘로 군대에 가있는 아들과 명문대를 나와서도 자신의 자리를 잡지 못하고 취업준비를 위함을 가장한 어학연수를 가겠다는 딸 그리고 아내가 있다.
직장에서의 퇴사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나와야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의 아버지도 이런 상황이였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울컥하였다.

아버지에게 500만원을 빌려 자식 연수가는 비용으로 아내에게 돈을 보내주는 서수민 .. 그 돈은 다름아닌 서수철이 요양원에 들어가기 위한 돈였지만 그는 아들에게 다른 핑계를 대며 송금했던 것이다.

아들과 아버지 각자 여행의 시작...
따로 똑같이 라는 말이 생각나는 소설이다.
여행 중 우연하게 동행인들이 생긴다는 점으로 서수민과 아버지의 폭력이 두려워 가출한 소년 /서수철과 치매걸린 할아버지(하룻밤만 신세를 지려했던 할머니집에서 만나게되는 할머니의 동생분)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각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들과의 추억여행을 떠나면서 많은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간발의 차이로 서로 부딪히지 않고 똑같은 장소로의 여행 - 일명 기억찾기부분이 그 하나이다.

특히 여행을 다니면서 수첩에 아들 서수민에게 쓰는 서수철의 편지는 소설의 감정몰입에 더 큰 영향을 주면서 먹먹함이 배가 되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이 회상하는 옛 기억이나 만나는 인물 거쳐가는 장소들이 모두 하나로 연결되는 소설의 제목과도 같이 이 모든 것들이 자신들 모르게 기억을 이어가는데 제공되는 요소들이였다.

" 내 죽는날까지 기억만은 앗아가지 말아주오. 약도 잘 챙겨먹고 할 테니 내 죽을 때까지 기억을 가져가지는 말아주오. 천지신명이여, 죽은 다음 당신 종으로 살 테니 내 기억만은 가져가지 말아주오...내 자식에게 짐으로 남게는 하지 말아주오. 부탁하오." - 100p

" 내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우리 아버지는 단 한번도 당신을, 아버지가 말이다, 라고 높여 칭한 적이 없었소. 항상, 아비가 말이다, 라고 스스로를 낮춰 불렀소. 댁의 아버지는 어떠오?" - 129p

함께 동행하던 아이에게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과정이 우리네 인생과 같은 거라 말하며, 갑자기 깨닫게 된다.
자신 역시도 아버지가 못나고 보잘 것 없는 사람이라 원망하고 지냈지만사실은 자신이 못났기에 아버지가 못났다고 여겨왔다는 것을....

서수민와 서수철은 결국 서수민의 어머니 이자 서수철의 아내의 산소에서 서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어색한 사이인 채로 서로를 대하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서수민과의 여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아이 그런 아이가 하는 말을 듣고 서수민 역시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보는 이도 눈물짓게 하였다.

아버지를 인정하기만 하는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아비는 아비로서의 희생을 억울해하지 않는다. 라는 아이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자신도 그랬고 그의 아버지가 그랬다. - 241p

결국 서수철은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 여행 중에 만난 동무의 존재와 자신의 이름까지... 하지만 잊지 않은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민수아비....라는 것

소설은 처음부터 눈물샘을 자극하면서 읽는 내내 먹먹함을 주었다. 마지막 책장의 작가의 말까지....
이야기는 끝났지만 그 이야기를 읽은 나의 가슴의 먹먹함과 눈물은 쉼없이 흐르면서 끝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나 역시도 치매로 자신들의 존재를 잊어버린 할머니 할아버지와 마지막을 함께 해왔기에... 그리고 끝없이 부모님에게 받아왔음에도 아직까지 보답을 하지 못했기에... 자식을 키우고 있는 지금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되어 자식을 향한 내 마음과 부모가 되어 알게 된 부모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아가고 있기에 더 여운이 남는다.

부모는 그런거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자식을 위해 모든 걸을 주고도 아깝지 않고 뭘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거...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그렇더라...

이 소설은 비단 아들과 아버지의 관계가 아닌 이 땅에 살고 있는 부모와 자식간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같다. 표현하지 않아 몰랐던 부모님의 사랑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소설이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