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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 - 인문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80 작품 속 최고의 문장들
이명현 지음 / 땡스B / 2025년 3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읽을 때 꼭 빠지지 않고 하는 행동이 있다.
필사 작업이다. 작업이라고 하니 거창하게 생각이 드는 데 그냥 책을 읽다 보면 저자의 글과 그의 생각이 와 닿는 문구나 문장이 있으면 나만의 노트에 끄적이듯 쓰는 것이다.
필사를 하며 읽을 경우는 그렇지 않을 경우보다 기억에 오래 남고 필사한 부분만 보고도 그때의 감정과 생각이 떠오른다.
<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는 그런 의미에서 제목부터 와 닿았다.
인문학을 사랑하는 천문학자이자 과학책방 갈다의 대표인 저자가 자신이 읽었던 서적들 중 일부분을 필사를 통해 우리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인문학을 읽고 쓰는 즐거움을 선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추천하기 좋은 책이다.
인문학을 시작하는 모든 이를 위한 80 작품 속 최고의 문장들
이 책은 인문, 과학, 문학, 예술 등 80작품을 담아내고 있으며, 각 페이지마다 허투로 읽고 넘어감이 없이 필사를 통해 다시금 작품이 담고 있을 세계와 사상 등을 생각해보게 한다.
그리고 한 책의 인용문을 읽고 익숙해지기 전에 다른 새로운 인용문을 만나는 책으로 한 권의 책을 통째로 읽었을 때 느낄 수 없는 색다른 자극을 선사하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음식에도 편식이 있듯 책의 경우도 편식이 있다.
나는 과학이나 예술 서적의 경우 즐기거나 흥미를 가지고 찾아 보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다고 아예 읽지 않거나 거부감을 가지고 대하지는 않는데 과학이나 예술 분야보다는 사회나 역사, 철학, 심리 쪽을 더 선호하며 읽는 것같다.
그래서 이런 나에게 <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에 소개되는 80작품 중 제목만 알거나 읽다가 포기를 했던 작품들의 경우 새롭게 다가왔고 신선함마저 들게 했다.
익숙한 작품의 경우도 저자의 한 페이지와 나의 한 페이지가 달라 익숙함 속의 낯설음 그리고 새로움이 들게 했다.
저자는 말한다. 자신의 과학 지식의 원천은 잡지였으며, 그 중 <학생 과학>이라는 잡지를 처음 대했을 때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나의 경우는 세계 문학 전집과 위인전이 독서의 시작이고 어른이 되어서는 독일 작가의 소설 작품을 시작으로 지금껏 다양한 종류의 도서를 통해 지식을 쌓고 필사하는 즐거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작품 중 김탁환 작가의 <거짓말이다>의 한 페이지 속 잠수사의 아픔은 짧은 한 부분이지만 시신을 수습하며 느꼈을 잠수사의 아픔과 세월호 사건 때 실종자를 수색하기 위해 애썼던 잠수사의 이야기와 오버랩되면 더 먹먹하고 슬프기까지 했다.

<책방 과학자의 인문학 필사 노트>는 작품의 한 페이지뿐 아니라 책방 과학자의 생각이라는 부분을 통해 책방 과학자인 저자가 작품을 읽고 느낀 점을 짤막하게 소개하고 있다.
한 페이지만으로 작품을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필사라는 것도 사람마다 와 닿는 문구나 문장이 담긴 페이지들이 다 다르기에 작품에 대한 이미지를 잘 전달하는 게 쉽진 않다.
그럼에도 이런 한 페이지의 소개를 통한 책 소개를 보고 호기심이 들어서 책을 읽어 보고자 선택하고도 한다는 점에서 저자의 의도가 나에게는 잘 전달된 것같다.
여백을 나의 필사체로 채워 나가면서 비록 한 권의 책은 아니지만 80작품 속 어느 한 부분들을 보았다는 점과 호기심을 가지고 읽어 보고 싶은 작품들도 생겼다는 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