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날다 - 우리가 몰랐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혹한 실상
은미희 지음 / 집사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잊지 못하는 역사가 있다. 아니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가 있다.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분노와 욕지기가 나오는 그들의 만행은 사람이라면 그럴 수 없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였다. 그리고 그녀들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그들의 노리개로 그저 도구로 여기며, 아픔에 내 지르는 소리를 구호의 소리가 여기지도 않았다.

은미희 작가가 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혹한 실상을 담은 소설 <나비 날다>
소설을 읽기 시작도 하기 전에 가슴이 먹먹하고 울컥함이 몰여 왔다.
비단 나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역사를 아는 이들이라면  나만 같은 감정이 들 것이다.

이 글의 모든 에피소드는 사실이다. 사실을 알리고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어줍잖은 내 개인의 생각들은 배재했다. 본디 소설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의 서사이지만 이것은 허구의 이야기도, 상상이 빚어낸 이야기도 아니다.  (5p)

그렇게 엄마가 신신당부를 하며 숨소리도 나지 않게 숨어 있으라 했건만 무언가에 홀린 듯 나비를 쫓아나오다 결국 잡혀서는 안되는 이에게 잡혀 트럭에 실려가게 되는 순분이.
'처녀 공출'
소문이 아니였다. 순분이만이 아닌 그녀가 탄 트럭에는 다양한 이유로 끌려온 여자 아이들이 있었다.

이들이 바로 우리가 알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분명 이 일은 과거에 일어난 것으로 짧게 기록되어 우리는 그냥 단어와 겉으로만의 실상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기 산증인들이 존재함으로써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역사이다.

잡혀오는 순간부터 그들의 삶은 예전의 삶이 아니었다. 힘들어도 예전의 삶이 더 좋았다할 만큼 맞고 또 맞고 아픔을 당하면서 하루 하루를 지냈다.

"잠이 안 와. 내일은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67p)

그녀들의 불안함과 공포감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최고조가 아니였을까?
말 귀를 알아듣게 하기 위함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들에게 서슴없이 칼을 휘두르는 서장의 모습과 비열함으로 가득한 얼굴을 상상하니 뱃 속 깊숙한 곳에서부터 무언가 올라오는 것같았다.

이후 순분를 비롯한 여자 아이들은 '성노예'라는 말로도 표현이 되지 않을만큼의 삶을 살았으며, 이는 할머니들의 생생한 증언이기에 더 분노와 먹먹함에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마주해야 함에도 바로 마주하기 힘들었다. 소설이였다고 해도 믿기 어려울 이야기들이 진실을 기록한 사실이라는 점에서 더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바로 알아야 했다. 그녀들의 삶을. 나라잃은 설움을.

나비야. 어디든 가자. 여기만 아니면 돼. 순분은 그 나비를 따라갔다.   (174p)

난 이 대목에서 눈물이 났다. 아니 읽는 내내 눈물을 훔쳤지만 이 부분에서 터져 버렸다.
순분에게 나비는.... 그녀가 쫓고 싶지만 잡을 수 없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강제 징용군을 만난 순분의 운명이나 그의 운명이나 언제까지 보장된 목숨인지 모르고 살아간다는 게 안타까웠다.

짐승들만이 들끊는 그 곳을 벗어나려 해보지만 다시 잡혀오고 그러면서 죽어간 아이들과 기억에서 사라진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할머니들은 눈물을 흘리며 말했었다.
이 짐슴같은 삶을 한 순간만이라도 잊을 수 있다면...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이제 이 짐승같은 삶을 끝내고 하늘 나라에서 편히 지내고 계신가요?
진실된 실상을 알지 못했기에 외면했던 저희를 용서해 주세요.
소설을 통해 알게 된 진실은 참혹함 그 자체였다.
은미희작가님은 이 글을 쓰는 동안 욕지기가 나올만큼 힘들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작가의 그러한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러했다.

이 소설은 많은 사람들이 읽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참혹했던 실상을 보고 느끼며, 결코 잊지 말아야할 하나의 역사임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제는 표지 속 소녀상과 나비만 보면 이 소설 속의 순분이 생각날 것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