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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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이 일렁이는 잔잔한 파도를 보고 있으면  머릿 속의 복잡한 생각들은 사라지고 금새 그 파도의 움직임에 빠져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흘러나오는 음악은 파도와 함께 나를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으로 인도한다.

소리가 무척 조밀하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적요를 품은 기타, 분위기 있게 귓가를 간질이는 신시사이저, 섬세한 리드 멜로디를 부드렇게, 또 견실하게 감싸 안은 베이스와 드럼, 그리고 똑바로 울려 퍼지는 보컬의 목소리.     (29p)

그가 연주하는 기타연주소리를 들은 이들은 막막하고 어두운 현실에서 빠져나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한한 가능성을 있음을 느끼며 몸이 떨리는 어떠한 희망적 예감을 가지게 된다.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의 아오바 유는  2016년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하였으며, 이 소설은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기리노 줏타라는 천재 음악 청년과 그가 만든 곡인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를 중심으로 한 6명의 인물들의 각기 다른 듯 공통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 모르는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영향을 주는 건 줏타의 기타연주소리.
지치고 자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현실과 연주소리에 이끌려 빠져들게 되는 이상 속을 왔다갔다하며 진행되는 소설 속 이야기는 그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없지만 들리는 듯 나의 마음도 평온해지게 하는 작가의 글이 주는 마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소중한 건 반복해야 돼. 몇 번이든, 끝없이, 잊어버리지 않도록, 꺾이지 않도록,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65p)

오랜만에 잔잔하면서도 술술 넘어가는 소설을 읽었다. 큰 사건이 있거나 반전이 있거나 하지 않아도 소설의 중심에 있는 기리노 줏타라는 음악 청년이 주는 영향력은 여섯 편의 이야기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여지고 단편소설인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장편소설임을 깨닫는 순간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는음악을 잘 알지 못하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나에게 글이 음악으로 다가오게 만든 아오바 유 작가의 언어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이색적인 느낌의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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