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수많은 이들 속에 살면서 자신의 선택에 의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간다.결혼도 그 새로운 관계 형성 중의 하나이며, 그 속에서 부모와 아이라는 서로간의 선택이 아닌 형태의 관계가 형성된다.하지만 혈연이라는 중요한 연결고리를 통해 형성된 관계로 그동안 형성해 온 관계들과는 전혀 다르지만이 역시 일정한 거리두기가 필요한 관계이기도 하다. 부모들 중에는 아이를 소유물이라 여기는 이들이 있는데 이는 부모와 아이의 관계를 힘들게 할 뿐 아니라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한다.그러기에 우리는 아이들도 하나의 독립체로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인정하며, 온전히 아이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주고 지지해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는 박명주 작가님<그때 너는>이라는 책을 보며, 나와 아이들의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먼 먼 사이인 엄마와 딸의 이야기로 이 책은 저자와 딸인 지우의 어린 시절의 일상 속 모습과 아이의 삶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일정한 거리두기를 통해 아이가 성장해갈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저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의 감정과 서툰 육아로 인해 나와 아이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성장해가는 아이의 모습에 내가 이 아이의 보호자이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한장 한장 넘겨본 책이기도 하다. 큰딸과의 첫 어색한 만남도 잠시 육아라는 전쟁 속에 아이도 엄마도 함께 자라면서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나와 큰딸아이도 그랬다. 아무것도 못하던 아기에서 조금씩 자신의 목소리를 내면서 고집도 부리고 애교도 부리면서 나를 들었다놨다 했던 그때.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리라 마음먹었음에도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많은 것들이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음을 느꼈을 때는 이미 아이는나의 키만큼 훌쩍 자라 있었다. 싫고 좋고를 표현할 줄 알고, 친구를 위해 선물을 준비하며, 춤도 추고 엄마를 걱정할 줄 아는 책 속의 지우의 모습은 내가 잊고 있던 우리 아이들의 모습들이였다.나는 내가 아이들을 키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였다. 아이들이 나를 성장시켰다.일정한 거리를 두고 아이의 말과 행동을 보니 '부모가 거울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때 너는>은 그냥 그런 엄마와 딸의 이야기이겠지라고 여길 수도 있다.하지만 그녀의 육아일기를 보며 그동안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어 제대로 아이가 자라는 모습과 그들이 나를 향해 보인 몸짓이나 말들을 보지 못했구나하는 아쉬움과 지금이라도 일정한 거리를 두며 아이들이 성장함에 있어 조력자이자 지지자로써의 부모가 되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