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17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한우리 옮김 / 더클래식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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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박한 세상에서 세풍에 장단을 맞추어
겉치레뿐인 사교술이나 배우고
거품같은 장광설로 비판을 잘도 피하지만
저런 것들의 교양이란 훅 불면 거품처럼 날아 갈거야 (235p)

레어티즈경과의 시합을 전하라는 국왕의 명을 받고 온 신하를 보고 햄릿이 호레이쇼에게 말하는 장면이다.

<햄릿>의 작품 속에는 이런 햄릿의 뒤틀린 시대와 인간 군상들에 대한 비판적인 어조를 담은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한 작품인 <햄릿>은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대강의 줄거리는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의 하나로 출간된 <햄릿>은 이전에 읽은 소설식의 구성과 다른 극작품의 구성을 띠고 있다.
무대가 있고 인물들의 등장과 퇴장이 있는 하나의 연극 작품을 보는 것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그래서인지 소설식 구성을 읽을 때와는 달리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당시의 시대적 사회적 분위기와 위계 및 갈등관계 등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극은 똑같은 시간에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과 그 유령의 실체가 돌아가신 햄릿의 아버지라는 것으로 시작한다.
유령을 보게 된 이들이 이 사실을 햄릿에게 알리게 되고 햄릿이 유령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에게 들은 죽음의 진실로 인해 숙부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면서 극은 빠르게 전개되어 나간다.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숙부와 재혼한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원망 등으로 고뇌하는 햄릿은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을 지닌 인물이다.
단순히 실성한 척 연기하는 그를 두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인간에게 있어 선입견이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볼 수 있으며, 자신의 잘못을 속죄하듯 기도를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악행을 덮기 위해 햄릿을 제거하려는 숙부(왕)의 행실을 통해 인간 본성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죽는다는 건 자는 것. 잠이 들면 꿈을 꾸지.
아, 그게 걸리는 구나. 현세의 번뇌를 떨쳐 버리고
죽음이라는 잠에 빠졌을 때
어떠한 꿈을 꿀 것인가를 생각하면,
여기서 망설이게 돼.
이게 바로 지긋지긋한 인생을
그처럼 오래 끌고 가는 이유야. (107p)

그런데 놈이 영혼을 정화하고
저승에 갈 차비를 완전히 끝냈을 때
죽이는 것이 복수가 될 수 있을까?
아냐, 멈춰라, 칼이여. 좀 더 끔찍스러울 때가 있을거다. (145p)

자신의 죄를 속죄하는 기도를 하는 숙부를 보며 햄릿이 하는 대사를 보면 '복수'의 기회를 엿보며 분노하고 고뇌하는 햄릿이라는 인물을 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가 곧 '햄릿'이다.
그는 햄릿이라는 인물을 통해 뒤틀린 시대에 대한 비판과 삶과 죽음, 인간 본성에 대한 그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섬세한 문체로 대사 하나 하나가 주옥같이 표현되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중 <햄릿>은 단연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이 놓은 덫에 자신이 걸려 넘어지는 꼴을 보이는 왕의 최후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는 햄릿과 레어티즈경의 시합 장면은 <햄릿>작품의 명장면으로 꼽고 싶다.
햄릿을 제거하기 위해 짜놓은 각본에 오히려 사랑하는 이를 독살하게 되는 왕과 어머니를 잃게 되는 햄릿의 모습은 극이 모두 끝난 뒤에도 여운을 주었다.

오래 전에 읽었던 <햄릿>은 미성숙함으로 인해 셰익스피어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읽게 되면서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햄릿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시 보게 되었다.
전체적인 그림과 함께 세밀하게 표현된 햄릿이라는 인물을 통해 작품을 새롭게 보게 되었을 뿐 아니라 명대사를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영국이 낳은 최고의 극작가인 셰익스피어의 비극의 백미를 느끼고 싶다면 꼭 한번 <햄릿>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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