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문 산책 - 느리게 걷고 깊게 사유하는 길
윤재웅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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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책'을 좋아한다.
빠른 걸음이 아닌, 복잡한 마음과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거닐면서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기에.
어떠한 계획도 없이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서도 될 뿐 아니라 산책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는 출발할 때와는 다른 상쾌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기에.

'인문산책'이라 하면 무거운 주제를 담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 걱정과는 달리 이색적인 '산책'을 하게 될 뿐 아니라 저절로 저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이곳 저곳을 천천히 거닐면서 그곳의 문학과 건축 그리고 시와 예술들을 접하게 된다.

<유럽인문산책>은 답답한 방구석이나 도시를 떠나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색다른 경험과 사유을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비행기를 타고 그 곳을 가지 않아도 그와 함께 그 곳에서 함께 길을 거닐면서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공유하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닌 그 이면도 꿰뚫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똑같은 사물이라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있다.

파리는 도시 전체가 거대한 박물관, 거리는 말끔하고 건물들은 질서정연하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실내는 디자인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지만 중세풍의 외관을 시 당국에 의해 관리, 통제됩니다. (중략) 독특한 겉모습 이면에 있는 집단 통제가 이 도시의 본성입니다. (160p)

그는 이런 파리의 느낌을 '감독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여배우같은 도시'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가 소개하는 '몽피두센터'는 앞서 소개한 파리의 도시 건축과 달리 안과 밖이 뒤집어진 특이한 설계하고 있으며, 이는 비전과 창의와 소통의 파리 이미지를 추구하고자 함이 담겨 있었다.

건축 하나에도 이미지 쇄신을 위한 건축가의 노고가 담겨 있을 뿐 아니라 단순한 건물로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도시의 이미지를 바꾸고 사람을 바꾸는 건축의 힘을 보여준다는 것을 읽을수록 느낄 수 있었다.

유럽의 작은 마을부터 대도시까지 여행을 통해 보고 느낀 것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에도 어렵다거나 따분한 느낌보다는 사색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에 함께 한 <유럽인문산책>은 시공간을 넘어 그가 소개하는 모든 것에 담긴 인문학적 지혜와 철학에 빠져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하는 뜻깊은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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