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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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에세이를 좋아한다. 소설과 달리 현실 속 이야기이자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엿보기도 하고 그들과 나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 때론 위안을 받기도 하기에.

언제나 여름인 남태평양의 외딴섬 보라보라에서 9년째 살고 있는 김태연 작가의 그곳에서의 일상 속 행복의 조각들을 담고 있는 <우리만 아는 농담>

청명하고 높은 하늘과 푸르름이 가득한 바다가 펼쳐 있는 낭만의 대명소이자 신혼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보라보라섬'
검색을 통해 본 그곳의 모습은 꼭 한번 가고 싶다는 마음에 갖게 할 뿐 아니라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이는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환상이자 로망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거.

잠깐의 휴식을 취하는 장소가 나의 또 다른 삶의 터전이 될 때는 그 느낌이 다를 뿐 아니라 섬이라는 환경 속에서 생존이라는 부분이 늘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외딴 바다 마을에 살게 되면 한번쯤 빠지는 함정이 있다. 바로 <월든>의 소로우처럼 간소한 삶을 살아야 할 것같은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아니지, 어쩌면 그런 삶을 꿈꿨기에 이곳으로 흘러들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처음에는 로망이 있었다. (252p)

레온사인이 가득한 도시 속 전투적이고 무미건조한 삶을 벗어나 한적하고 조용한 휴양지를 찾아서 살고 싶다고 꿈 꾼적이 있었다.
그때는 불편함보다도 도피하고픈 마음이 클 때.
그런 나에게 김태연 작가의 <우리만 아는 농담>속 그녀의 삶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은 '보라보라섬'에서의 그녀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가감하지 않은 상태인 있는 그대로의 삶.
낭만과 현실을 오가며 써 내려가고 있는 그녀의 일상은 어쩌면 불편함도 감내하고 가끔씩 밀려드는 외로움과 고독함도 이겨낼 용기가 있어야 함을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좋았다. 그리고 울고 웃을 수 있었다.
짠함과 부러움의 경계 속에서 나라면 이 곳에서 생활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가 곁에 있지만 모든 것을 한국에 두고 떠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며.

<우리만 아는 농담>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땐 어떤 내용의 책인지 감이 사실 오지 않았는데 책을 주욱 읽어나가던 중 발견한 제목에서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에 해당하는 제목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만 아는 농담'을 통해 나 역시도 왠지 작가와 한결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함 오버이려나?

쓱쓱 써 내려가고 있는 그녀의 문장 속에선 따뜻함을,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짠함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의 남편이 남자친구이던 때, 모두가 잠든 늦은 밤 자신을 깨워서 보여주고 싶은 장소가 있다며 데려간 곳인 1층의 거실에서 2층의 방들로 이어지는 중간 계단에서 어릴 적 부모님의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던 날이 많았다고 말하는 남자친구를 꼭 안아주며, 우리라고 뭐 그렇게 다를 수 없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과거로 돌아가서 어린 그를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회상하는 부분에선 먹먹함이 들었다.

시어머니 오드레와의 동거, 예감과는 서로 살아온 삶의 방식이 달라 부딪히는 부분이 있었지만 요리 비법에 있어 감칠맛의 비결인 한국으로 치면 다시다와 같은 모 브랜드의 치킨 스톡을 넣으라고 말하며 자신의 아들에겐 비밀로 해 달라는 부분에선 웃음이 터졌다.

둘만 아는 작은 비밀이 생겼다. 어쩌면 우리는 정말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다른 음식, 다른 생활 방식, 다른 세대 ... 이 모든 전달 불가능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106p)

모기떼의 습격, 잦은 정전, 언어의 한계, 극장이나 패스트푸드점이 없는 건 물론이고 상점 자체가 손꼽히는 곳에서 마트가 유일하건만 그마저도 식료품이 금방이 동이 난다는 거.

모두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 나도 그렇다.정신 바짝 차리고 행복해지려고 노력할 뿐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 있다. 따뜻하게 남아 있는 순간들에 대해서. (146p)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에도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으로 판단하며 그들을 부러워하고 행복할 거라 여길 때가 많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이 있음을 알게 되고 그 모든 것들을 감내하며 그 속에서 낭만과 행복을 찾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우리만 아는 농담>이 그렇다.
읽는 동안 웃고 울고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따뜻함을 느끼게 되는.
그녀가 잘하는 말이 있다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대책없는 말같지만 사실이다. 내일 일은 모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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