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심는 꽃
황선미 지음, 이보름 그림 / 시공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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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과 <나쁜 어린이 표>를 읽으며 알게된 아동문학 작가인 황선미선생님.
우연한 기회에 아이가 학교에서 가지고 온 <나쁜 어린이 표>라는 작품을 읽고 아이들의 마음을 잘 담아내면서 어린 시절 나의 학창 시절의 선생님을 떠올렸던 적이 있었다.
그때부터 출간되는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으며 단순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문학 작품이 아닌 깊이와 울림을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번에 만난 <마음에 심는 꽃>은 제목과 표지의 어울어짐에 읽기도 전부터 순수하고 아름다운 추억여행을 떠날 것같다는 느낌에 기분이 좋았다.

작가로 산 시간이 스물하고도 네 해째다. 그동안 아무도 그 원고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프로필 맨 앞에 적으면서도 나조차 굳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다. (6p)

어쩌면 이 작품을 만날 수 없었을 지 모른다.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앞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그다지 소통할 일이 없었고 해가 바뀌었다고 인사치레로 안부를 물을 사이도 아닌 대학 동기의 " 맨 처음 데뷔할 때 그 원고, 책으로 나왔나?"라는 그의 한 마디에 오래도록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고 있던 누런 종이의 흑연의 흔적만은 선명히 남아 있던 서른 초반에 쓴 순수함을 담고 있던 작품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초고를 완성하고 공모전에 보낼 때 그대로.
다소 촌스럽다 여기면서도 제목을 바꾸려 한 적이 없었던 그때처럼 그렇게 <마음에 심는 꽃>이 세상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다.
비하인드 스토리 때문일까? 한 글자 한 글자에 집중하게 되고 어쩌면 그저 글쓰는 게 좋고 자신있었을 작가의 그 시절의 순수함과 열정이 담긴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으로 작품을 읽어내려갔다.

철봉에 거꾸러 매달려 누군가 오기를 기다리는 수현에게 낯선 차와 거기서 내리는 아저씨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수현과 함께 했던 미정마저 전학 간 시골에 새로운 이웃이 오게 된 것이다.
미정이와 반반 나눠서 키운 꽃밭이 있는 인동집을 이사올 거라는 새 이웃.
수현은 그저 꽃밭이 걱정이 되었다. 꽃이 많이 없어서 풀인 줄 알고 꽃밭을 함부로 밟을까봐.


자신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던 인동꽃이 피는 인동집. 수현은 몰래 꽃들이 상하지는 않았나 살펴보러가고 그곳에서 과꽃과 분꽃들이 없어진 것을 보고 화를 내어보지만 얼굴이 하얀 아이는 반응이 없기만 한데.

무슨 사연을 가지고 도시에서 이 곳 시골까지 온 것일까?
수채화로 그려진 그림과 작품 속 이야기는 나의 마음을 빼앗았으며,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푹 빠져들게 하였다.
수채화의 자연스러운 번짐은 작품 속 인물과 꽃들의 느낌을 잘 살리고 있었다.
방학 때면 놀러갔던 시골 할머니집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는 <마음에 심는 꽃>은 바쁘고 화려한 도시분위기와는 달리 자연과의 어우러짐과 소박하고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도시에서 온 민우, 자신의 꽃밭을 망치고 인동집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는 수현.
남들을 다 떠나는 시골을 도시에 사는 민우는 왜 온거며 수현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나라면 꽃밭을 가질 거야."
민우가 수현에게 한 이 말이 작품을 모든 읽은 지금도 작은 울림으로 남는다.

정형화된 모양을 갖추어 표현된 그림이 아닌 붓의 터치에 따른 다양한 모양과 은은한 색감은 감성을 더욱 자극시켰다.

<마음에 심는 꽃>은 빠르게 읽기보다는 천천히 사색하듯 읽어보자.
그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대로 그 의미가 있다.'는 노랫말처럼 지난 시간을 후회하기 보다 그때는 그때로의 의미가 있었음을 깨닫고 추억으로 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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