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초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 아닌 존재가 있다면 그 사람이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는가?
그럴 때 누군가 당신에게 다가와 달콤한 제안을 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신의 인생에서 지우고 싶은 사람의 이름을 말한다면 조용히 그 사람을 마법처럼 사라지게 해준다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 생각하는 이 이야기를 소설로 풀어내고 있는 작가가 있다.
<리얼라이즈>의 작가인 T.M. 로건은 이번에도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스릴러인 <29초>에서 우리의 심리를 시험하고 있다.

"진실은 말이지, 자네가 직접 아무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는 거네. 내가 추근거렸다는 걸 스스로 부정하지 않았나."
(211p)

자신의 혐의를 모두 다시 세라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여성들의 약점을 쥐고 흔드는 젠트함이라는 가면을 쓴 비열함으로 가득한 남자 러브록.
그는 세라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을 가지고 그녀를 협박하는 남자였다.

증오심이 목까지 차오르고 퍼붓고 싶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치명적인 말들이 천가지쯤이지만 입밖으로 내지 못하고 무력하게 대응하는 세라를 보며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소설의 초반부터 세라와 러브록의 관계는 그러했다. 도망치려는 자와 탐하려는 자.
그런 세라에게 그녀의 인생을 바꿔 놓을지도 모르는 거래를 제안해오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얼마 전 세라가 목숨을 구해줬던 이였다.

72시간 안에 이름 하나를 말해야 한다. 거절하면 제안은 사라질 것이다. 영원히
받아들이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선택을 번복할 수도 없다.

러브록에게 굴욕적인 일을 당한 세라는 순간적인 감정에 휩싸여 악마와도 같은 거래를 받아들인다. 단29초간의 통화로 그와의 거래가 성사된 것이다.
하지만 첫 거래는 실패로 끝난 듯 러브록은 다시 살아 돌아왔다.

계획의 파편들이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러브록이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된 바로 그 순간부터, 세라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 때조차,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합쳐지고 있던 조각들이다. 마지막으로 던질 주사위가 될 계획이었다. (414p)

그녀가 마지막으로 던질 주사위가 될 계획이란?
그 계획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그녀의 계획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이지만 소설속 세라와 러브록 사이의 대화와 상황을 보면서 어떻게든 그녀가 결단을 내어주길 응원하게 되는건 같은 여성으로서 느끼는 모멸감과 안타까움때문일까?

소설은 끝을 달리면서 팽팽한 긴장감에 속도를 붙여 책장을 넘기게 했다.
'29초'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결코 가벼이할 수 없는 거래가 성사된 중요한 시간, 그리고 벌어지게 되는 상황들.
그렇게 <29초>의 소설은 나를 빠져들게 했다.

단 29초간의 통화를 통해 성사된 거래가 성공으로 끝나고 소설도 끝이 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역시나 소설은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었다.
심리스릴러답게 액션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섬세한 감정 표현을, 단순한 사건 발생과 결말을 보여주기보다는 답답한 듯 보이는 세라가 자신의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 역시 끝까지 읽어야 한다.
왜냐면 '반전'이 있으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