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건 어떤 마음일까?욱하는 마음에 저지르는 우발적인 범행이 아닌 진심으로 그 사람을 응징하고 싶다는 생각에 저지르는 범행. 어떤 형태로든 '살인'은 용인되어서는 안된다.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 중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기사를 볼 때면 분노감이 든다.공지영 작가의 <도가니>라는 소설을 읽고는 한없이 기분이 바닥을 치면서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타들어가듯 아프고 분노를 했던 적이 있다.그러면서 한동안 그런 이야기가 담긴 기사나 소설을 읽지 못했었다.그런데 이 소설을 읽게 되었다. 그저 엽기적인 연쇄살인 행각을 벌이는 범인의 심리가 궁금해서.한수옥 작가의 <죽이고 싶은>이라는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기에 이런 제목을 정했을까 하는 호기심에 단순한 심리스릴러일거라 여기며 읽어갔다.그러나 얼마지나지 않아 제목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끔찍한 살인 현장, 살인도 모자라 여성의 가슴을 절단하고 무언가를 암시하듯 현장에 남겨놓고 간 박쥐모양의 목각 인형.엽기적인 연쇄 살인, 도대체 누가 이같은 살인을 저지르는 것일까?강력계형사팀장인 재용과 끔찍한 과거로 인해 고통받는 재용의 아내인 은옥 그리고 악마의 탈을 쓴 최원장.이들은 어떤 관계로 얽혀 있는것일까?성범죄에 노출된 보육원의 아이들과 그저 아이들을 탐욕의 대상으로 여기는 최원장, 과거 희망보육원의 원장이라 아이들은 그를 '최원장'이라 불렀다.현재는 국회의원이 된 그이지만 아이들을 탐하는 욕망은 여전했다.그런 그에게 살인이 일어날 때마다 전달되어오는 상자 속에는 무엇일지 짐작이 되는 끔찍한 것이 있었다. 범인이 보낸듯한 그것은 그에 대한 경고일까?<죽이고 싶은>이란 소설을 읽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들었다.단순히 범인이 누구인지 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하는 생각보다 우리 사회의 일면을 반영한 듯한 소설 속 이야기에 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본 적없는 나이지만 몇 번이고 "신은 뭘하시나요? 이런 이들 안 잡아가고요."라고 말하며,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었다.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도 아니고, 버림받고 싶어 받은 것도 아님에도 아이들은 '보육원'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탐욕으로 가득찬 어른들에 의해 상처받고 성인이 되어서도 끔찍한 기억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로 살아가지만 가해자는 늘 그러하듯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입막음하기 바쁜 모습은 분노감을 넘어서는 감정이 들게 했다.전체적으로 가독성이 좋은 작품으로 허구적이라는 생각보다 사회적 문제의 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느낌으로 읽고 나서도 오래도록 먹먹함과 여러가지 감정으로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