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생존
김주영 지음 / 인디페이퍼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현재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희생자만 열둘. 온전한 시체는 단 한 구였다.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무슨 일이 일어나고야 말 것같은 불길한 세기말에 어울리는 끔찍한 사건이었다. (7p)

밀레니엄을 앞두고 사회는 어수선함과 2000년이라는 숫자로 바뀔 새해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이 나오던 1999년.
그 당시 지구종말론도 나오면서 해괴한 이야기들이 돌기도 했다.
그런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는 소설 <완벽한 생존>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로 어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 것인지에 대한 궁금함을 주었다.

<시간 망명자>라는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 이 작품은 나에겐 그를 알게 해 준 두 번째 작품이였다.

일명 '오두막 살인사건'
다시 보고 싶지 않을 뿐 아니라 영원히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범죄 현장.
그 곳은 경수와 미희뿐 아니라 모두에게 그러한 사건이었다.

낮은 토담 앞에 사람의 잘린 머리가 직방형으로 쌓여 있었다. 강박적인 건축가가 쌓아 올린 것처럼 가지런히 쌓인 머리.
이가 빠진 것처럼 맨 윗줄 오른쪽 빈자리를 빼고 가지런히 쌓인 머리는 총 열하나.

머릿 속으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해괴하고 끔찍한 이 현상을 직접 눈으로 본다면....
외상후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같았다.
무슨 처형식도 아니고 누가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 것인가라는 생각만으로 소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렇게 사건은 미궁으로 빠진 상태로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고 '오두막 살인 사건'은 그렇게 잊혀지는 듯하였지만 당시 기자였던 미희만은 사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당시 범인을 목격했다는 제보와 범인인지 공범인지 모를 이가 아이와 함께 있었다는 등 많은 제보 속에 진실인 것은 무엇인지....

이 사건을 추적하고 매달리던 그녀는 이 사건으로 인해 남편을 잃게 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되면서 사건을 낡은 상자 속에 봉한 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두막 살인 사건'과 관련하여 이상한 메일이 오게 되고 그 메일로 인해 많은 등장 인물들이 얽히고 설키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설은 점점 재미를 더해갔다.

여섯 살까지의 기억이 나지 않는 윤석, '오두막 살인사건'으로 아빠가 살해당하는 아픔을 가진 채은, <오후 3시>라는 곳에서 일하며 삼촌의 그늘에서 벗아나지 못하는 유정 등 각 인물마다 말못할 비밀을 지닌 채 관계를 맺어가는 가운데 <오후 3시>의 사장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나게 되는데...

소설을 읽어가며 여러 가지 단서와 수상쩍은 행동 등으로 범인이 아닐까 추정하게 되는데 이 사건의 경우 나의 추리가 빗나가면서 새로운 양상을 보이게 되고 결론에 이르러서 모든 것이 밝혀지면서 시원함보다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가해자의 고통은 유한한데
왜 피해자의 고통은 무한할까"

피해자의 고통은 끝이 아니라 늘 시작이다.
아니 그 고통의 끝이 있을까?
끔찍한 사건을 겪게 되면 기억하고 싶지 않아 스스로가 기억을 지워버린다고도 하는데 소설 속 윤석의 경우도 그러했다.
차라리 끝까지 몰랐으면 좋았을 걸이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자신의 잘못된 기억으로 인해 아버지를 어머니를 죽인 가해자로 여기며 살아온 것을 보면 진실을 바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들게 했다.

<완벽한 생존>
피해자에겐 끝나지 않은 20년 전의 '그날 그 사건'의 전말과 완벽한 생존자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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