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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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말로 결핵균이 지금 자네 폐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는 중일세. '폐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운다.'라는 헝거리어가 이게 맞나?" (17p)

의사로부터 6개월 길어도 7개월을 넘기지 못할 거라는 시한부선고를 받은 남자.
그가 선택한 것은 절망이 아닌 결혼이라는 희망과 사랑이였다.

<새벽의 열기>는 누구도 예상치 못할 선택을 한 한 남자와 우연에 우연으로 엮어진 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이야기가 가르도시 피테르라는 이 소설 작가의 부모님의 실화라는 점이다.

작가는 헝가리의 유명 감독으로 영화 부분에서 많은 수상을 하였으며, 이 소설은 그의 첫 소설로 자신이 만든 <새벽의 열기>라는 영화의 원작 소설이란다.

헝가리라는 낯선 나라와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라는 주인공 그리고 시한부선고
이 요소들만 보자면 소설의 분위기가 무겁고 슬플 것이라 여겨졌다.
하지만 소설 속의 반전, 바로 남자 주인공인 미클로스가 시한부선고를 받았음에도 절망감에 빠져있기보다 결혼이라는 희망을 선택하고 자신의 배우자를 찾기 위해 헝가리 여성 117명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 중 릴리라는 여자와 긴 시간동안 편지를 주는 장면은 슬픔보다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편지를 통해 서서히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의 모습을 상상하며 하루 하루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의 모습은 빠르게 변화하고 상대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영상통화가 가능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릴리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겠다는 미클로스.
사랑은 죽음도 두렵지 않게 하는 것일까?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의사의 말처럼 소설을 읽는 동안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었고 두 사람이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모습은 당연한듯 살아가는 우리에게 또 하나의 메세지가 되어 절망이 찾아왔을 때 절망인 채로 살아가기보다 희망과 사랑을 통해 절망이 기적으로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오십 년동안 부모님이 6개월동안 주고 받았던 편지의 존재를 몰랐다는 그는 10년이 지난 후에야 독자에게 소설로 부모님의 이야기를 소개한다고 했다.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기적이 시한부 선고라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다시금 희망과 사랑을 통한 또 한번의 기적으로 변화하는 장면을 섬세한 문체와 묘사로 그려내고 있는 <새벽의 열기>
그가 전하는 감동의 울림은 소소한 나의 일상에 감사한 마음이 들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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