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
김지우 지음 / 홍익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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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존재하지 않는 도시의 교외이고, 결코 쓰이지 않은 책에 대한 장황한 해설이다. 나는 아무도 아니며,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느낄 수도 없고, 생각할 수도 없고, 원할 수도 없다. 나는 완성되지 않은 소설 속의 등장인물이다. 나는 완성시킬 줄 모르는 어떤 자의 한 조각 꿈이 되어, 존재했었다는 과거도 없이 바람 속으로 날아가버린다. (190p)

소설에는 등장인물이 있다. 그 수는 적을 수도 많을 수도 있다.
등장인물에게는 인칭 대명사라 불리는 '그' , '나' , '너' 등이 아닌 각자의 이름이 있다.
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은 그 이름이 존재함에도 소설이 완성되지 못해 독자들에게 읽히지 못하여 그 이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처럼 소멸된다.

처음 이 소설은 이색적인 제목에 이끌려서 읽게 되었다.
<나는 이름을 갖고 싶었다>는 제목만 보며 유추하기를 이름이 있음에도 삶 속에 자신의 이름이 아닌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 등으로 불리면서 느끼게 되는 존재적 상실감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이라 여겼다.
그러나 소설을 읽어가면서 그러한 내용만은 아닌 듯했다.

김지우작가는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중 선생님보다는 작가님이라 불리고 싶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이름으로 갖고 싶었다.
인간이라면 자신에게 어울리는 이름 하나는 가져야지 않나 (7p)

부모가 지어준 이름이 있음에도 그녀가 원하는 이름은 '소설가'
그런 그녀로 인해 수많은 이름이 탄생하고 그들은 또 다른 그녀이기도 했다.
닮은 사람이기도 하고 전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기도 한 이름들이 그녀가 쓴 소설 속 등장인물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여러 편의 소설을 담고 있는 소설집이다.
작품에 따라 그 분위기가 다르며, 어떤 소설은 읽다가 빵 터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이색적이면서도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이해하기 난해한 면도 있었다.

그녀의 소설들은 목적지 없이 140번 버스를 타고 가다 썼다는 <140번 버스의 아이들>이라든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미역국으로 끊인 뒤 한 시간 만에 썼다는 <완벽한 미역국을 끊이는 방법> 등 소설의 제목이나 탄생된 배경이 독특하다는 점도 그녀만의 특색을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만 아는 내 이름이 아니라
그들이 불러주는 이름을 나도 갖고 싶었다."

이 문구가 이 소설의 출발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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