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산지 / 201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른 때와 달리 이 책을 펼쳐 읽기가 두려웠다.
모두가 잠든 고요한 밤에 몰래 남아 혼자 읽을까도 생각했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인 상태로 읽어내려가며 소리없는 눈물을 흘릴 것을 알기에 아침 시간에 그리고 아무도 없는 틈에 읽기로 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가시고기> 제목만으로도 먹먹함과 함께 가슴이 아련해졌다.
학창 시절 한 권의 소설책이라는 생각으로 읽어내려가며 이유없이 눈물이 흘렀던 기억과 함께 그저 슬픈 스토리의 소설로 여겼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랬던 이 소설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읽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읽은 <가시고기>는 이전과는 달리 한 줄 한 줄, 한 장면 한 장면을 부모된 마음으로 읽다보니 더 애잔하고 가슴이 아팠다.

백혈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다움, 그런 다움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피는 아빠.
희망이 절망으로, 절망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을 여러 차례 겪게 되지만 그래도 단련되지 않는 아이를 두고 내리는 의사의 판단과 말이다.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없을 알림과 동시에 마지막 방법은 조혈모세포 이식 흔히 골수 이식이라고 하는 것이였다.
다움아빠는 선택해야 했다. 아니 당연히 의사의 뜻에 따라 아이를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골수 이식이라도 해봐야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경제적 여건과 다움과 맞는 골수 이식자를 찾는 일과 이식을 받기 위해 또 다시 힘든 치료과정을 견뎌내야 하는 다움이를 떠올리며 그는 희망이 삭제된 치료를 포기하고 단 하루라도 아이가 웃을 수 있도록 병원을 떠나 여행을 가기로 결정하고 의사의 만류에도 퇴원을 하게 되는데....

속내를 숨길 줄 아는 아이였다. 주위에선 어른스럽다거나 속이 깊다고 했다.
그에게 칭찬이 아닌,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지 못했다는 호된 나무람으로 들렸다. (128p)

다움이는 그런 아이였다. 또래 친구들과 달리 속깊게 생각하고 아빠에 대한 사랑과 걱정이 넘쳐서 자신의 아픔보다는 웃음 띈 아빠의 얼굴이 보고 싶어 더 씩씩하게 행동하는 아이였다.

자신의 꿈을 위해 떠난 엄마와 달리 자신의 곁에 늘 있어주는 아빠가 세상의 전부인 다움, 그런 다움보다 더 자신의 몸은 챙기지도 않고 오직 아빠라는 자리에서 그저 아이의 완치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 다움아빠.
둘은 서로를 너무도 사랑하고 의지하고 있었다.

우연하게 성공한 모습으로 신문에 실린 아내의 모습을 보고 찾아가서 아이의 상태에 대해 알려보지만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엄마의 모습은 안타까움과 함께 마음이 아팠다.
출산과 양육으로 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변한 것에서 오는 우울증으로 한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며, 잠깐은 아이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했던 나 였기에 그녀의 힘겨움을 이해하면서도 그래도 엄마인데라는 생각에 그녀의 태도와 반응에 화가 나기도 했다.

떠나오길 잘했다. 참 잘했다. 입원해 있었다면 아이는 마지막 순간까지 소리내 웃어보지 못했으리라. (133p)

가시고기는 참 이상한 물고기예요.
엄마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 어디론가 달아나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아빠가시고기가 남아 돌보죠.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자지도 않은 채 열심히 지켜내죠. 아빠가시고기 덕분에 새끼들이 무사히 알아서 깨어납니다. 아빠가시고기는 그만 죽고 말아요. 새끼들은 아빠가시고기의 살을 뜯어먹고 무럭무럭 자랍니다. 결국 아빠가시고기는 뼈만 남게 됩니다. (192p)

다움에게 아빠는 '아빠가시고기'였다.
왜 아빠가시고기 그렇게 새끼들을 위해 희생하는지 정확하게 몰라도 자신의 아빠를 아빠가시고기라고 했다.
그런 다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지식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아빠만이 아닌 '부모 모두'라고....

소설은 시작부터 먹먹함을 주었으며, 다움의 독백같은 이야기와 다움아빠의 입장에서의 이야기가 번갈아 서술되고 있었다.
아이의 눈에 비친 세상과 아빠와 엄마,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없음에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는 아빠의 모습은 소설이 끝나는 순간에는 쏟아지는 눈물로 인해 몇 번을 멈췄다가 읽어야 했다.
다시 읽게 된 <가시고기>속 부성애와 아빠를 향한 아이의 사랑은 슬펐고 나에게 많은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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