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 내 삶에 힘이 되는 Practical Classics 1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깨깨 그림, 이길태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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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머리 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린 시절 보아시던 만화 속에서 흘러나오던 노래이다.

주근깨 빼빼마른 빨간 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워
상냥하고 귀여운 빨간 머리 앤
외롭고 슬프지만 굳세게 자라

이 노랫말은 원작 속 빨간 머리 앤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주근깨가 많고 빼빼마른 빨간 머리색의 여자 아이인 앤은 예쁘진 않지만 볼수록 사랑스럽고 하루 종일 종알거리는 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심심할 틈도 없을 뿐아니라 앤을 따라 상상력도 풍부해질 수 있을 것같다.

공상은 빨간 머리 앤이 외롭고 슬픈 환경에서 자랐지만 그 절망의 구렁텅이를 잘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마릴라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앤의 공상과 수다스러움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앤의 공상을 끝까지 잃지 않기를 바라는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매튜 커스버트 아저씨이다.

매튜는 여자들과 말도 섞지 못하고 눈도 마주치지 못할 정도로 여자들을 어려워하지만 앤 셜리만큼은 너무도 사랑스럽고 진심으로 이해하며, 앤이 하는 모든 이야기를 묵묵히 잘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앤만큼이나 우리집의 두 아이들도 "매튜아저씨 좋아"라며 앤 만화와 책들을 수없이 보고 있다.

어릴 때는 그저 빨간 머리 앤이 좋아서 노래를 부르면서 만화 속 앤의 다소한 엉뚱한 모습과 생활을 보며 깔깔 웃기만 했다면 어른이 되어서 다시 만난 빨간 머리 앤 소설에는 앤만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과 이야기뿐 아니라 절망 속에서도 상상과 희망으로 그 상황을 헤쳐나가며 이야기하는 앤의 주옥같은 대사에 빠져들게 되었다.

앤과 관련해서 수많은 일화가 있지만 그 중 하나인 '자수정 브로치 사건'은 마릴라가 앤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된 사건이였다.
마릴라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자수정 브로치가 없어졌을 때 그녀는 앤을 의심했고 너무도 가고 싶은 소풍을 가기 위해 거짓 고백을 하게 된다.
앤의 거짓 고백에도 불구하고 마릴라는 앤에게 소풍을 갈 수 없다고 말하자 절망에 빠진 앤, 이 후 자수정 브로치를 찾게 된 마릴라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앤에게 잘못을 빌고는 소풍을 보내주게 되는데, 그때 앤이 마릴라에게 하는 대사 속에서 절망감에서 벗어난 앤이 진심으로 행복해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 마릴라 아주머니, 저는 5분 전만 해도 아주 비참한 기분이 들어서 이 세상에 아예 태어나지 말 걸 그랬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천사와도 제 인생을 바꿀 생각이 없어요."

앤은 늘 이렇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도 상상을 통해 절망의 순간을 희망의 순간으로 바꾸려하고 거짓없이 자신을 표현하면서 곁에 있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행복하게 해주기도 한다.

<삶의 용기가 필요할 때 읽어야 할 빨간 머리 앤>은 1908년의 원작 속 빨간 머리 앤만이 아닌 현대적 감각의 단발의 빨간 머리 앤과 원작의 다이애나와 같은 단짝 친구인 북극곰 꼬미가 등장한다.
원작을 충실하게 살리면서 중간 중간 단발 머리 앤과 꼬미가 전하는 가슴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은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만화가 아닌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지나치다 싶을 만큼 공상에 빠지고 수다스럽지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긍정의 아이콘 빨간 머리 앤.
초록 지붕 집과 눈의 여왕, 반짝이는 호수 등 그녀가 이름을 붙여 생명을 불어 넣어 준 모든 것을 앤과 함께 손을 잡고 다니며 보고 듣고 느끼는 상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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