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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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한만큼 갚아준다.'
제목부터가 확 끌림을 주는 <한자와 나오키 1>
누군가에게 속임을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이런 생각이 들지 않나?
성격상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고 속으로만 부글부글하며 참는 스타일이라 작품의 제목만으로도 무언가 후련함과 통쾌함이 느껴졌다.

미스터리 장르를 넘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싶었던 작가 이케이도 준은 비즈니스를 무대로 한 엔터테인먼트 소설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기를 원했다고 한다.
그의 그런 시도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성공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다.

초반부 한자와 나오키가 지점장의 계략과 부당한 갑질에 당하는 부분에서는 답답함과 분노가 치밀기도 했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뜻하지 않게 알게 된 지점장의 충격적인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부터 시작되는 한자와의 반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한 마음이 되어 그의 반격이 성공하기를 응원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소설에서는 분노유발자가 너무도 많이 등장한다.
다들 캐릭터가 센 스타일임에도 그 중 가장 강한 인물 한 명을 꼽으라면 서부 오사카 철강의 사장인 히가시다.
한자와가 밑바닥까지 떨어질 뻔한 위기의 제공자이기도 하면서 많은 채무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도 반성의 기미없이 뻔뻔함의 그치를 보이며, 계획 도산과 탈세를 통해 빼돌린 돈으로 제 2의 인생을 보낼 계획까지 세운 파렴치한 금융사기범이다.

돈에는 색깔이 없다. 하지만 돈의 흐름을 살펴보면 앞 뒤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196p)

어떻게 든 들키지 않고 숨기려는 자와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 한 푼이라도 찾으려는 자의 숨막히는 대결.
말 그대로 히가시다가 숨겨놓은 재산을 찾아라!
한자와의 고군분투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조직에 속해 직무를 가지고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모습이기도 했다.

날씨가 좋으면 우산을 내밀고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빼앗는다.
대출의 핵심은 회수에 있다.
돈은 부유한 자에게 빌려주고 가난한 자에게는 빌려주지 않는 게 철칙이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
(218p)

이것이 은행의 본래 모습이란다. 비단 은행만 그럴까?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 볼 수 있는 대목이였다.

공은 내 것, 실수는 부하 직원 것
무능한 조직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모독이다.

정말 공감백배의 말들이 많았다. 그래서 유쾌 통쾌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이 짠해오는 감정이 들게 하는 게 이 소설의 매력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부 오사카 철강의 분식회계를 알아차리지 못해 5억엔이라는 영업 손실이 나게 되면서 지점은 국세국과 업무통괄부의 감사를 받게 되는 장면에서 한자와가 유리한 패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읽어갈 때는 통쾌함마저 들었다.

이 소설은 이용할 만큼 이용하고 필요가 없어지면 간단하게 버리는 비정함의 소유자인 히가시다의 계획 도산이라는 대기업, 국세청, 은행에 대한 복수극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복수극과 잘못된 거래가 빚어낸 이사노지점장의 최후의 결과는 소설의 관점 포인트로 아무리 책망해도 아무렇지 않은 듯 오기를 부려도 과거를 바꿀 수 없음을 절실이 느끼게 해 주었다.

한자와 나오키가 보여 준 당한만큼 갚아준다!
비록 나는 그러지 못하지만 그를 통해 통쾌함과 후련함을 느끼며 대리만족할 수 있었다.
부당한 갑질과 억울함에 가슴치는 일이 있는 우리 사회에 한자와 나오키는 보여주었다.
가끔은 정의도 이길 때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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