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릴리 프랭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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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 환한 빛을 주고 편안함을 주는 사람.

사람들마다 다르겠지만 대체로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엄마'가 아닐까?
한 평생을 자신은 없이 오직 자식을 위해 살아오고 버텨온 그녀.
<도쿄 타워>속 그녀의 이야기는 여자의 일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자식의 시선에서의 '엄니'의 삶과 어쩌면 며칠 안에 죽어버릴지 모르는 상태에서도 아직 무언가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는 한 남자의 '엄니'

이 작품 속 '엄니'는 우리의 '엄니'이기도 했다.

엄니라도, 물론 아부지도, 모두가, 모든 부모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버싀 어머니였던 게 아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와 똑같이 얼치기 짓을 하고 다닌 나날과 달콤새콤한 연애시절을 경험한 끝에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가 된 것이다. (300p)

친구들에 둘러싸여 자신의 옛 이야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엄니의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면 전철에서 읽는 건 위험하다."라는 입소문으로 유명해졌던 <도쿄 타워>
그 이유를 깨닫게 된 건 작품의 중반부를 넘어서부터였다.
그저 한 남자의 삶의 일기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작품 속 주인공인 '마사야'의 삶에서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역할을 한 그의 어머니가 중심축을 이루고 있었으며, 그녀의 자식 사랑과 희생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아버지와 대면대면하면서도 끝까지 연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어려운 형편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다고 하면 뭐든 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필요에 의해 연락해도 언제나 자나깨나 자식 걱정에 자신만의 삶을 살아보지 못한 '엄니'가 있었기 때문이였다.

외할머니의 죽음은 시골에서 도쿄로 상경하여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살던 마사야가 혼자 남은 '엄니'를 도쿄로 오게하여 함께 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시간도 그리 오래가지 못하게 된다.
이제 웃음꽃 피우면 사랑하는 아들과 살아보려한 그녀에게 찾아든 병마, 그것은 두 사람 사이에 찾아올 이별을 예고하게 되는데...

<도코타워>는 어머니가 암으로 세상을 뜨기 직전에 쓰기 시작했던 자신의 이야기란다.
꿈과 희망을 갖고 고향을 떠나 찾아든 도시인 도쿄.
그에게 도쿄의 거리는 원색이 넘친다고 하지만 모든 색이 탁하게 흐려져 보이는 어떤 색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색깔을 하고 있다고 보인 것은 단순한 도쿄에 대한 묘사라기보다 그의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닐련지...

거울에 비친 도쿄 타워를 보며 미소 짓는 엄니. 창문 너머로 직접 그것을 바라보는 아부지. 그리고 그 두 사람과 두 개의 도쿄 타워를 함께 바라보는 나. (333p)

이는 그의 엄마가 수술을 끝내고 온 병실에서 도쿄 타워를 바라보는 세 사람의 모습을 표현한 글이다.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흐리고 있었다.

<도쿄타워>은 한 개인 삶의 이야기라기보다 우리의 이야기였다.
특별할 것없는 그 곳을 동경하지만 막상 그 곳에 가게 되면서 겪게 되는 삶의 애환과 사랑하는 누군가를 떠나보내면서 느끼게 되는 '상실'의 아픔까지 작품 속 어느 부분 하나 가볍지 않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인지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에는 먹먹함을 넘어 머지않아 나에게도 다가올 상실의 아픔을 어떻게 견딜까하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자신의 삶이 끝나가는 순간까지도 남는 이들을 걱정하고 준비했던 그녀에게도 죽음의 그림자는 무섭지 않았을까?
자식된 입장에서는 엄마의 일생을, 두 아이의 엄마의 입장에서는 여자의 일생을 돌아보게 하는 <도쿄타워>의 작품이 남긴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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