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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문득 그런 날이 있다.
그냥 목소리가 듣고 싶다는 생각에 전화기를 들고 무작정 전화를 걸어보고 싶은 날.
나에게 오늘이 그런 날이였다.
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지낼 때도 있지만 안부를 묻고 싶은 마음에 걸었던 전화기 너머의 엄마의 목소리를 듣고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너무도 아픈 목소리에 보지 않아도 어떤 모습일지 그려지는 엄마의 모습에 이제는 괜찮다는 그 말이 왜 그리도 더 가슴이 아프게 느껴지는지....
엄마와 난 결혼을 하면서 떨어져 지내기 시작했다.
부모님을 떠나 지내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 여기며 일탈 한 번 꿈꾸지 않고 지내왔던 나에게 결혼은 인생에서 최초의 일탈과도 같았다.
그렇다고 엄친아도 아니요, 마마걸도 아니다.
그저 그렇게 지내는 것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기에 그런 시간을 부모님과 특히 엄마와 긴 시간을 함께 하며 지내왔던 것같다.
엄마와 딸은 '애증의 관계'가 아닐까?
닮고 싶지 않은 부분에 있어서는 과하다 여길만큼 부정하면서 절대 그렇게 살지 않으리라 마음먹어보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닮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그러면서도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나를 믿어주고 나를 떠올리며 눈물흘려주고 끝까지 사랑해줄 사람이 바로 '엄마'인 것같다.
언제나 내 편이던 엄마가 그랬듯, 나는 이제 아들의 편이 되어 주며 산다. 이것은 내 삶이 사랑을 받는 삶에서 사랑을 주는 삶으로 이동했음을 뜻한다. 이 삶도 괜찮다. 누군가의 편이 되어 주는 건 역시 언제나 옳다.
(60p)
엄마가 나의 편이 되어 주었듯이 나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그들의 편이 되어 받은 사랑을 그들에게 주고 있다.
지금 나의 나이 때의 엄마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그때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삶의 애환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같다.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은 한 개인의 엄마에 관한 추억과 이야기가 담겨 있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그러기에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아직은 나의 곁에 살아서 서로의 안부를 묻고 때로는 서로의 하소연을 들어줄 수 있는 엄마와 딸의 사이로 지내고 있는 지금이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으면 그냥 엄마가 되는 줄 알았다.
그 생각은 너무도 무지한 생각이였음을 두 아이를 키우면서 깨닫게 되었다.
'엄마'라는 단어는 그저 명찰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기까지 힘들어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엄마라는 이름이 정말 그 가치를 얻는 것은 그 안에 사랑과 눈물, 인내와 걱정과 믿음 등을 통해 아이가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켜봐주는 과정을 모두 이겨냄이 담겨 있기 때문이 아닐까.....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은 제목만으로도 먹먹함이 들면서 책 속에 담긴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공감과 가끔은 눈물짓게 하는 부분들로 인해 금방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처음의 마음과는 달리 천천히 책장을 넘기며 엄마와의 추억을 상기하며 읽어가게 되었다.
문득 엄마에게 안부 전화나 문자를 보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 즉시 행동으로 옮기면 어떨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