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아르테 미스터리 1
후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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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서류에 날인하는 순간, 사쿠라는 사신 아르바이트로 채용돼. 기간은 반년. 근무지는 이 동네 부근. 내가 선배 사수로서 지도를 맡을 거니까 잘 부탁해! 아, 덧붙여 급료는 일당을 먼저 지급할 거야. 질문 있어?"
(17p)

이 얼마나 황당한 고용인가?
심사숙고해서 지원한 아르바이트도 아니요. 뭔가에 홀린 듯이 속사포처럼 이루어진 이름도 이상한 '사신 아르바이트'
시작부터 재미있게 진행되는 이야기에 몰입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소설을 만났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이색적인 일자리
근무시간은 있으나 마나, 시간 외 수당은 없음, 경우에 따라 조기 출근과 잔업은 있음, 근무 스케줄 조정은 불가, 복리 후생이나 휴가는 꿈도 못꾸는 상황...
표면적으로 보자면 근로기준법 위반도 아주 심한 위반으로 적용조차 불가능한 노동 착취라고 할 수 있다.

이 조건들을 듣고 황당해하는 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한 하나모리. 그런 그녀가 말한다.
" 아, 조건은 최악이지만 근무 기간을 채우면 어떤 소원이든 딱 하나 이루어지는 '희망'을 신청할 수 있어. 그것만은 유념해둬."
(20p)

도대체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게 뭘하는 아르바이트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들만 나열되고 있는 상황.
조건을 듣는 이만큼이나 소설을 읽는 독자의 한 사람인 나 역시도 황당하면서도 궁금했다.

첫 업무는 자신이 좋아하는 여학생인 아사쓰키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
업무 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시작한 첫 업무는 사신 아르바이트라는 명칭과 결부되지 않는 일이라 어안이 벙벙한 그.
아픈 동생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는 아사쓰키의 고민을 잘 해결해줄 수 있을까?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건 온기라 말하는 아사쓰키, 그녀와 단 둘이 이야기하는 오늘 밤을 소중히 간직하라 말하는 하나모리.
사쿠라에게는 모든 상황이 정리가 안되고 혼란스럽기만 하는데....

계속해서 머릿 속을 맴도는 단어는 '사신 아르바이트'
사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이 정체가 밝혀지기 전까지 작품을 읽는 내내 나의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사자'는 죽음이 찾아오는 걸 피할 수 없어. 그리고 추가시간에 뭘 어떻게 하든 아무것도 남기지 못해. (65p)

미련을 품은 죽은 사람들 중에서 드물게 탄생하는 '사자' , 이 세상에 남은 가엾은 '사자'를 저 세상으로 보내는 업무를 하는 '사신'
사자와 사신의 관계는 이렇게 형성되었으며, 그런 사자와 사신의 이야기가 담긴 작품이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인 것이다.

미련이 남아 저승으로 가지 못하고 이승에 머물러있는 사자을 돌려보내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사자들의 다양한 사연들, 사자들을 저 세상으로 보내는 업무를 완수하게 되면 들어준다는 '희망' 소원.
사쿠라의 아사쓰키와의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한 고군분투 사신 아르바이트 이야기는 단순히 재미만이 아닌 잔잔한 감동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까지와의 사신을 주제로 하는 작품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혹 이 세상에도 보이지 않지만 '사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미련이 남아서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가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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