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 인류를 사로잡은 32가지 이즘, 개정증보판
안광복 지음 / 사계절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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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은 한 개인에게, 국가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한 개인에게 있어서는 삶의 방향을, 국가에 있어서는 국정 운영 전반의 정책 뿐 아니라 국가의 존폐 유무를 결정짓기도 한다.
그러므로 올바른 사상을 가지고 사상의 진정한 가치를 깨닫고 적용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상이 달라지고, 이전의 사상에서 보였던 문제점들을 보완 또는 정면으로 대응하면서 나타나게 되는 사상들도 있다.
이런 시대 흐름과 사상의 변화를 잘 정리하여 보여주면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는 책이 있다.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에는 인류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32가지 '이즘(ism)이 담겨 있다.

사상을 정리하며 갈무리해 가던 3년여의 세월은 인간의 욕망을 헤아리고 이해하는 여정과도 같았다. 이 기간 동안 나는 늘 밤잠을 설치곤 했다. 사상 때문에 희생되고 거꾸러진 수많은 인생들이 떠올라서다. 하지만 꿈과 희망은 지옥조차도 밝은 미래를 위한 연단의 과정으로 여기게 한다. 사상은 늘 갈 길 모르는 인류에게 앞날을 비추는 횃불이 되는 덕분이다. (7p)

철학과 관련한 다수의 작품을 집필하여 청소년과 대중에게 가르쳐 주고 다양한 매체와 책을 통해 사상을 소개하는 글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 1세대 철학 교사인 안광복. 그는 맹목적인 하나의 사상을 따르기보다는 냉정한 눈을 가지고 다양한 사상들 속에서 우리를 희망으로 이끌 수 있는 사상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 속에 담고 있었다.

고대 아테네의 공화주의에서 신자유주의까지 다양한 사상들의 등장과 사회 속에서의 사상들의 영향과 구현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희망과 좌절의 역사적 광경을 보면서 사상의 위력과 맹목적인 믿음이 가져오는 후폭풍의 무서움을 느끼기도 했다.

인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32가지의 사상들에 대한 이해와 우리 시대를 진단하고 미래의 지도를 스스로 그려나갈 수 있길, 나아가 자신만의 '사상'을 만들어 나가길 바라는 저자의 마음을 이 책을 읽어가면서 느낄 수 있었다.

보수는 옛것을 무조건 지키려는 '수구'와 다르다. 또한 바람직한 사회 변화를 거스리려는 '반동'의 입장도 아니다. 보수란 전통과 질서를 존중하면서, '바꿀 것은 바꾸고 지켜야 할 것은 지키자.'라는 태도다. (50p)

이는 보수주의자 버크의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는 변화란 전통과 관습을 존중하는 가운데 조금씩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이해하는 보수와 진보이라는 이념의 뜻과는 달리 사회적인 이념 대립의 모습을 보면 보수 입장의 경우는 '수구파'에 가깝고 진보 입장의 경우는 꿈과 이상을 앞세우고 현실을 갈아 엎겠다는 입장이 강한 것같다.

보수이냐? 진보이냐? 라는 입장 차이보다는 각 사상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곰곰히 따지며,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해보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단순히 정치적인 면에서의 사상이 아닌 경제, 철학,예술, 사회 등 우리 삶의 전반에 영향을 주었거나 주고 있는 사상들의 이해와 내용을 다루면서 어렵고 딱딱하게 여겨왔던 사상사를 조금은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백과사전식 설명이 아닌 사상과 관련한 저자의 강연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편안하게 읽어나갈 수 있는 서술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각 사상을 마무리하는 부분에 철학적 물음을 던지며 독자에게도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더 읽어보면 좋을 책들을 소개하고 있어 좀 더 각 사상에 대해 알고 싶은 이들에게 안내서와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을 가진 '사상'이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옭아매는 덫이 아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각 사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각 사상이 지닌 진정한 가치에 대해 냉철한 판단이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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