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든 수도원에서든 혹은 전쟁터에서든 세계사를 움직인 인물들의 만남은 계속되었다. 이들의 만남은 열정으로 가득 았고 좌절과 희망이 교차했다. 그리고 우리에게 많은 의미와 도덕적 질문을 던진다. (4p)특색있고 궁금함을 유발하는 제목의 <두 사람의 역사>는 역사적인 두 인물의 만남이 던지는 문제들의 답을 모색해가는 사유의 과정을 통해 두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 좀 더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 주었다.두 인물의 구성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웠으며, 이 두 인물 사이의 질문을 통한 각자의 생각과 행보를 보면서 역사적, 사상적인 면에서도 생각치못했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처음에는 난해함에 다소 진도가 안 나가는 듯했으나 조금씩 재미와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역사와 철학, 이 두 조합만으로도 고개를 절레절레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시험을 치는 것이 아니기에 한 번 읽어볼 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도전하였다.하지만 문제는 두 학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였다. 글을 읽어나갈 때마다 막히거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나올 때면 나도 모르게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사고가 멈추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만남은 어떻게 역사가 되었을까?고대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현대의 넬슨 만델라와 프레데리크 빌렘 데 클레르크로 끝나는 두 사람의 역사는 만남부터 그 만남이 서로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되고 역사적 시각에서 볼 때 어떻게 해석되고 기록되고 있는지 보여준다.이름만 들어도 아는 인물들과 다소 생소한 인물들이 고루 섞여 나오기에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이성이 마음보다 중요한가?명석함을 자랑하는 아벨라르는 이데아의 본질에 관한 실재론과 유명론의 두 진영의 대표자에게 논리학과 변증법을 수학하였으나 두 사람의 이론에 반기를 들며 논리적이고 지적으로 펼쳐나갔다. 그는 보편개념의 존재는 인간이 무한한 것과 개별자에게 보편적으로 통하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었으며, 그의 이러한 탁월함을 동시대인들도 알아보았다.그런 그가 사랑에 빠지게 되면서 그동안의 자신이 쌓은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의 마음을 흔든 이는 엘로이즈로 그보다 나이가 어린 여성으로 성당 창사회원인 퓔베르의 조카였다.그녀는 당시의 여성들보다 폭넓은 세상사 배움받았으며, 읽기와 쓰기뿐 아니라 책과 학문의 세계에 있어서도 남다른 가르침을 전수받았다.하지만 아벨라르와의 사랑은 두 사람 모두의 삶에 타격을 주게 되나 두 사람은 자신들의 신앙과 교회 그리고 시대 상황 등에 맞설 때면 마음이냐 이성이냐를 고민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투쟁했고 그러한 고뇌는 남겨진 작품을 통해 느낄 수 있게 된다.악은 어떻게 이길까?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인 윈스턴 처칠과 찰리 채플린.이 두 사람이 만나게 되는 매개인이 있다면 거대한 저택의 주인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로 그는 미국에서 가장 돈 많고 힘 있는 남자로 신문사, 방송국, 영화 제작사를모아 미디어 제국을 건설한 인물이다.그런 그의 저택에 머무는 것은 사교의 목적이면서도 명성과 권력의 염탐을 위함도 있다.허스트의 저택에 머물게 된 정치 인생의 끝자락에 있던 처칠은 저택의 여주인인 데이비스의 부탁으로 오게 된 채플린을 만나게 된다.유명인사를 패러디하며 웃음을 주던 채플린의 나폴레옹 흉내를 보고 감탄하면서 가까워지게 된 두 사람은 이후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가다 어느 순간 연락을 뜸하게 된다.하지만 두 사람은 독일을 상대로 서로의 위치에서 대항해 나갔다.처칠은 자신의 '황무지 시대'에 그렇게 경고했던 악의 등장으로 수상이 되었고 채플린은 영화<위대한 독재자>를 통해 전쟁과 파시즘을 반대하며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을 남기게 되었다.무기로 악과 싸운 처칠과 달리 채플린은 유머로 싸웠다. 그건 효과가 있었다. 악은 유머와 자기모순을 똑같이 증오하기 때문이었다. 웃음은 거리를 두게 하고 불안을 다독인다. 모순에는 의심이 담겨 있다. 캐리커처와 풍자는 항상 악의 철전지원수였다. 악은 이 둘을 어떻게든 막으려 애를 썼다. (302p)악에 막서는 방법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보인 두 사람은이후 마지막으로 재회하여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그 모습을 머릿 속으로 그려보며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기도 하였다.<두 사람의 역사>를 읽는 동안 어떻게 이러한 주제를 정하고 두 사람을 묶어서 내용을 전개해나갈 수 있었을까?하며 끊임없는 물음표를 이어나갔다.하지만 한 편 한 편 읽어 나가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인물들과 그들의 일화와 만남 그리고 역사와의 연결점은 새로운 흥미로움과 더 알고 싶은 배움으로 나아가게 되었다.이러한 책을 읽지 않았다면 개별 인물로도 만나기 쉽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누군가의 집필 활동과 연구 노력으로 인해 편하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읽어가며, 새로운 사실을 알아감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