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트기 힘든 긴 밤 추리의 왕
쯔진천 지음, 최정숙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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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줄곧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이길 거라고 믿으면서요. 이번 도박에서도 이기지 못하면 10년간의 진실은 이대로 어둠 속에 묻혀 완전한 종지부를 찍게 될 겁니다. 우린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고, 여기서 더 노력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432p)

진실을 위해 줄곧 도박을 하고 있다는 남자 장차오.
그는 형사변호사로 장시에서 꽤 유명세를 탔던 법조인이였으나 지금은 살인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구치소에서 생활하는 범죄자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는 기괴한 모습으로 커다란 가방을 소지한 채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역에서 체포되었다.
체포 당시 가방에 무엇이 들었느냐는 경찰의 말에
"안 돼. 건드리지 마!"
"열면 안 돼! 위험해! 폭발한다고!"
그의 이 말에 지하철역에는 일순간 긴장감이 흐르게 되는데...
정말 폭발물이 들은 것일까?
형사와 폭탄 제거반이 현장에 도착한 후에야 상황은 종료되었지만 사건은 그 다음부터였다.

가방 속에 든 것은 폭발물이 아닌 나체 상태의 시체 한구.
이 사람은 왜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역이라는 위험한 장소에서 시체가 된 가방을 들고 나타난 것일까?
그의 이러한 행동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 중계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게 될 뿐 아니라 엽기적인 사건의 하나로 기록되게 된다.

사건이 발생했으니 이제 왜 앞날이 창창한 남자가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지른 것인가에 대한 이유를 알고 싶어졌다.
우발적 살인? 아님 계획적인 살인? 그도 아니면 뭘까?

우리 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임에도 시작부터 강하게 시선을 끄는 스토리로 생소함을 잊게 만들며, 추리의 세계로 독자를 이끌고 있을 뿐 아니라 단순한 사건의 발생과 전개가 아닌 양파 껍질을 까는 듯 사건을 파헤칠 수록 더 큰 사건들이 숨어서 이 하나의 스토리를 구성하고 있음을 깨닫게 한다.

정경유착, 비리를 보고도 눈 감아주는 중국 사법부(형사, 감찰원, 공안국 등), 미성년자 성매매, 탈세 등을 소재로 하여 사회 고발적인 내용의 소설의 전개라고 여겼지만 단순한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가 아닌 오랫 동안 관행처럼 이루어져온 중국 내 사회 문제를 세상에 알리면서 10년 전에 일어났던 한 청년의 죽음에서 시작된 사건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누군가에게는 해결하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진실을 밝히고 더 이상은 묵고하지 않고 중국 사회에 알리고자 한 네 명의 남자의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사건이 현재에까지 연결되어 오게 된 과정과 거대 권력과 검은 세계를 대상으로 싸워 나가는 것이 어려움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임을 보면서 씁쓸함마저 들었다.
피해자의 장양을 둘러싼 온갖 거짓된 이야기와 이 후에 밝혀지게 되는 놀라운 반전같은 이야기는 불의를 보고도 나에게 피해가 될까 두려워 나서지 못하는 요즘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정의 구현과 진실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뭘까?
한 남자의 희생과 그런 남자를 말릴 수 없었던 이들의 가슴 먹먹한 이야기가 담긴 <동트기 힘든 긴 밤>
부패한 사회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외치는 그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도 아직은 살만한 상태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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