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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탕! 총소리가 났다. 나는 얼른 몸을 낮추었다.
탕! 두 번째 총소리다. 사람들이 문을 향해 달렸고 모두가 한 번에 나갈 수 없으니 욕설과 싸움은 더 심해졌다.
(21p)
가고 싶지 않았던 파티장, 불편한 느낌이 드는 장소였던 그 곳에서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그녀에게 가장 충격적인 일은 그 총성이 울렸던 파티장을 벗어나온 이후에 일어났다.
그녀의 친구인 칼릴이 경찰이 쏜 총에 맞은 것이다.
"안 돼. 안 돼."
칼릴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날 쳐다보지도 않았다. 몸이 굳어지면서 그는 떠났다.
(31p)
먹먹하다... 내 눈에서 누군가 총에 맞아 죽는 것도 무섭고 충격적인데 그게 친구라면...그것도 경찰이 쏜 총에 맞아서...
경찰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 손이 보이게 하고 절대 갑자기 움직여서도 안되고 등을 보여서는 더 더욱 안되었다.
칼릴은 뭘 잘못한 것일까?
경찰에 의한 흑인 소년의 죽음, 이는 소설 속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닌 지구상에서 일어났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경찰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함에 대한 지침이 있다고 하지만 조금의 움직임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 해야하고 경찰은 그것을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현실 속에 백인과 흑인 사이의 인종차별적 감정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제가 분명아니다.
빈민가출신의 아이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 인종차별을 넘어선 인격모독의 발언과 행위들, 죽음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등의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당신이 남긴 증오>
스타는 충격 속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형사들이 사건에 대한 질문을 하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칼릴이 죽는 순간을 떠올리는데...
그러던 중 고메즈 형사의 질문의 하나에 순식간에 정신이 들게 된다.
"혹시 칼릴이 마약을 팔았는지 알고 있나요?"
잠깐.
뭔 소리야?
(중략)
하지만 그 일이 살해당한 것과 무슨 상관이 있지? 그러면 모든 게 다 괜찮은 건가?
(108p)
그녀는 경찰서를 나서는 순간 칼릴의 사건이 말도 안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라는 걸 느끼게 되는데....
칼릴의 장례식에 찾아온 킹 로드의 등장으로 인한 칼릴의 사망이전의 행적, 스타는 목격자일까? 희생양일까?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는 언론의 이야기, 인종차별적인 발언 등 무거운 주제의 소설임에도 내용의 흐름은 지루함이나 늘어짐이 없이 호소력짙은 목소리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단순한 인종차별, 빈민가의 문제가 아닌 한 생명의 죽음이 불러온 파장과 점점 밝혀지는 칼릴의 실체와 그가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내용은 우리가 가진 편견과 고정관념이 얼마나 무섭고 끔찍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아직도 자행되고 있는 혐오주의와 차별주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하였다.
작가가 써 내려간 이야고는 읽는내내 먹먹함과 분노 그리고 해결점을 찾을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
16살 그 소년은 왜 죽어야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