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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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공포를 느껴본 적이 있나요?
공포감을 즐기는 이도 있겠지만 보통의 경우는 공포감만큼 인간의 감정 중 피하고 싶고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 중 하나가 아닐까?

'보기마' 또는 '부기메'
저녁에 찾아온다.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대답을 하면 납치해간다.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다. 알아들을 수 없는 울음소리를 낸다. 옛날부터 산에 살았던 요괴다. (312p)

이는 <기이잡설>이라는 고문서에 나오는 보기왕이라 불리는 기이한 존재에 대한 설명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른인지 아이인지 아무도 모른다.
말 그대로 전설의 존재인 그것의 존재를 본 이들마다 설명하는 것이 다르며, 이마저도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그것의 존재를 봤고 그것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야기는 첫 번째 인물인 다하라 히데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 할머니댁에서 기이하면서도 무서웠던 경험이 성인이 된 그를 따라 다니면서 결국 그의 일상뿐 아니라 자신이 이루어놓은 가정마저 무너뜨리게 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의 존재가 '보기왕'이라는 것말고 어떠한 정보가 없기에 그것의 존재는 두려움을 넘어서 극한의 공포를 느끼게 하였다.

딩동. 초인종이 울린다.
대답하면 안 된다. 문을 열어줘도 안 된다.
절대로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

누군가가 히데키를 찾아왔단다. 아직 세상에 태어나지 않은 뱃 속의 아이인 치사의 일로...
히데키는 놀란다. '치사'라는 아이의 이름은 부부 두사람만이 아는 이름이기에.
그러나 자신을 찾아온 손님은 어디에도 없고 소식을 전해주러 온 후배가 갑자기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쓰러지게 되고 그 후부터 히데키에게 괴이한 일이 계속된다.

<보기왕이 온다>는 3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지만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로 히데키와 그의 부인 가나, 영매사인 마코토는 보기왕이라는 끔찍한 존재와 '치사'라는 아이가 매개가 되어 연결되면서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공포감은 극에 달하고 그것의 정체가 서서히 들어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은 어쩌면 인간 자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누가 봤는지, 누구에 의해 이야기가 처음 전해졌는지 모르지만 그 이야기는 서서히 우리의 무의식에 스며들어 어느 순간 툭툭 튀어나오거나 떠오르면서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변하게 된다.

<보기왕이 온다>는 '그것'의 존재가 주는 극한의 공포감만이 아니라 '그것'의 존재가 비틀어진 인간의 감정에 의해 불러들어진 주술적 의미의 '저주'임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심리적 부분도 잘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은 분명 호러 소설임에도 장르의 구분을 짓기 어려울만큼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포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을 그렇게 선호하는 나이지만 이 책은 점점 빨려 들어가면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가독성도 좋고 몰입력도 좋은 <보기왕이 온다>
술술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을 찾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아마도 읽고 나면 한동안 초인종 소리나 전화벨 소리의 울림에 깜짝 놀라게 될 뿐아니라 '여보세요'라는 말도 입 밖으로 내기가 두려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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