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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보다 네가 먼저 왔으면 좋겠다
손승휘 지음, 이재현 그림 / 책이있는마을 / 2018년 11월
평점 :

첫눈보다 네가 먼저 왔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듯한 제목에 이끌려 선택한 이 작품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사랑스럽다 여길만큼 귀여운 캐릭터의 장미와 스미레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호기심많고 재빠르고 날씬한 누나 장미, 겁많고 얌전한 동생 스미레.
이들은 인간이 아닌 고양이들이다.
그들을 데려간 첫 주인인 영식의 해외 출장으로 인해 원치 않은 장소 이동과 함께 만나게 되는 깡패같은 영식의 동생 영채와의 동거동락은 시작부터 장미와 스미레에게 긴장감을 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장미와 스미레는 그들에게 마녀집사같은 영채가 신경쓰이고 늦은 귀가와 축처진 모습에 걱정을 하게 되고 자신들의 방법으로 위로한다.
이 둘로 인해 점차 달라지는 영채는 처음과 달리 장미와 스미레를 사랑으로 대해주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많아졌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만난 감나무 위의 장고. 그는 장미와 스미레와는 달리 영채의 집에 있는 캣타워와 같은 곳이 아닌 바깥에서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다.
장고는 장미와 스미레에게 숲의 존재를 말하게 되고 호기심많은 장미는 숲에 함께 가자는 장고의 제안에 응하게 된다.

장고와 함께 마음껏 숲을 뛰어 다니면서 잔디 위도 뒹굴고 나비를 잡으러 쫓아다니고 커다란 나무꼭대기에 올라가 앉아서 산 너머로 지는 해도 바라보고 별도 보게 된 장미는 집이라는 좁은 공간이 아닌 자연이라는 넓고도 자유로운 공간에서 그동안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던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은 이 후 장미의 생활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이는 인간도 다르지 않다. 자신이 생활하는 공간을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이도 있지만 용기를 내어 드넓은 세상에 한 발 나선 이들은 다시금 좁은 공간으로 돌아가기를 꺼려하면서 자유를 만끽하기를 바라게 된다.
장고로 인해 숲의 매력에 빠져든 장미는 동생 스미레는 이해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하면서 언제고 자신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은 그 숲으로 다시금 떠날 것을 암시한다.
'무언가를 바라볼 때는 무언가와 같이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모습이 달라져.' (110p)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모두에게 똑같은 모습으로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을 것이다.
같은 곳을 보더라도 어떠한 감정이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름을 잘 표현해주는 이 문구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를 두고 이야기하는 세 마리의 고양이. 장고는 자유를, 스미레는 먹고 사는 것, 장미는 사랑이라 말한다.
그럼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뭘까?
소중한 것은 지키고 싶은 것. 그것은 나 자신이기도 하며 나의 가족이기도 하기에 딱 무엇이다라고 결론짓지 못했다...
'언제라도 숲으로 돌아와, 장미야. 기다리고 있을게.' (117p)
장미는 과연 동생 스미레와 점점 정이 든 영채를 두고 숲으로 돌아갈까?
동화같은 이야기와 귀여운 일러스트는 냥이를 좋아하지도 않는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첫 만남에서 '나쁜 애'라 이름 짓었던 영채를 '마녀집사'
라 부르다 점점 서로에게 스며들면서 처음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들의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낯설음에서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고 의지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서로의 존재감이 자리잡게 되어가고 의지하게 되는 과정 속에서 '스며든다'는 말이 참 좋았다.
사랑스러운 냥이와 영채, 그들이 보여주는 '서로에게 스며드는 것'과 '대신할 수 없어'는 뻔한 듯 뻔하지 않고 따뜻함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의 스미레의 이야기에서는 뭉클함마저 들었다.
책장을 덮고 다시 본 표지 속 이들의 모습이 처음 이 책을 읽기 전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