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메시스는 재판관보다 훨씬 위에 존재합니다. 그녀에게 맞설 수 있는 건 오직 같은 여신인 테미스 정도겠죠. 법정 안에서 재판관은 분명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들의 판단까지 절대적이라고는 도무지 말하기 어렵죠. 지금껏 재판관들이 내린 판결이 일반 시민의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고 얼마나 많은 지탄을 받았습니까."(364p)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엄청난 악취가 코를 찌르고 피해자는 잠옷차림의 주부로 육안으로 봐도 시신임을 알 수 있었다.여기까지만 보자면 일반적인 치정이나 강도 등에 의한 살인이라 여길 수 있었다. 하지만 범인은 의도적으로 단서를 남겼다. 피해자의 지문과 피를 이용하여 적은 네 글자.'네메시스'"날개가 달린 여신이지. 인간이 저지르는 몰상식한 행위에 대한 신의 분노를 의인화했다고 해. 어원은 의분인데 개중에는 복수로 잘못 해석하는 사례도 있어."(19P)그럼 죽은 이 여인은 어떤 몰상식한 행위를 하였기에 신의 분노를 산 것인가?와타세경부 시리즈, 그 두 번째이야기는 <네메시스의 사자>이다.나카야마 시치리작가는 결코 가벼운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는다. 늘 사회와 관련하여 예리한 통찰력으로 우리에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사회 문제에 관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제공해준다.이번 작품의 경우도 그랬다. '사형제도의 존폐', 묻지마 살인으로 인해 불특정인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자와 치정에 의한 살인임에도 감형을 통한 사형을 피한 사례 등과 법이 하지 못한 처단을 의분이라 내세우며, 살인을 행한 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단이 아닌 피의자가족을 찾아서 처단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강서구 피시방 사건, 거제도의 묻지마 폭행살인사건, 여자친구를 비롯한 가족을 모두 살인한 사건 등 하루가 멀다하고 전해지는 강력 범죄 소식에 마음이 무거워진다.특정인에 대한 분노로 이루어지는 범죄보다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자신의 감정을 조절, 통제하지 못하고 이루어지는 범죄에 이제는 누구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소설 속 이야기가 현실 속 이야기인 것이다. 심신이 미약하다는 이유로 감형을 받거나 청소년이라는 이유로 법망을 빠져나가 제대로 된 판결과 죄값을 치루지 않는 지금의 형국이 <네메시스의 사자>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여러 가지 이유로 사형이 아닌 온정적 판결로 피의자들이 제대로 뉘우치지 못하고 사회로 돌아옴을 걱정해야는 현 실정과 피해자나 그의 가족들은 모든 것을 잃은 상황에서 형마저 감형되어 제대로 죄값을 치루지 못함에 원통해야하다니....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과 그에 대한 사법부의 판결이 일반인들의 공분을 사고 있음은 전세계적인 현상일 것이다.내가 아닌 누군가가 그들을 대신 처벌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우리의 마음 속 '숨은 악의'라고 해도 그 악의를 때로는 드러내고 싶을 때가 있다.<네메시스의 사자>속의 범인이 그런 우리의 숨은 악의를 밖으로 드러내며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는 피해자유족의 대변인인가? 시민 감정을 대변함을 가장한 위협적인 연쇄살인마인 것일까?연속적으로 일어나는 피의자가족에 대한 살인과 그 장소에 남겨진 네 글자인 '네메시스'와타세 경부와 범인의 숨막히는 심리전과 피해자유족들의 경찰에 대한 불신, 함정 수사 등 극의 전개에 있어 재미 뿐 아니라 결과의 궁금함을 유발하고 있는 이번 작품에서도 작가의 필력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어려운 문제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사형제도와 관련한문제와 심신미약자나 청소년범죄에 대한 처벌 문제 등 사법부에게 던져진 숙제를 다시 한 번 좀 더 깊이있게 고민해야하지 않나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