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인문학 - 그 골목이 품고 있는 삶의 온도
임형남.노은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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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몰랐다. 그때의 나의 생활들이 하나의 추억이 되고 다시금 되돌아보며 옛 추억을 느끼고 싶어서 그 곳을 다시 찾아갈 줄은...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그 곳을 한 때는 벗어나고 싶었던 장소였는데 막상 다시 찾아가서 본 그 장소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사라져버리고 없을 때의 아쉬움과 허탈함이란... 이것이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겨둘 수 밖에 없구나라고 말한 것인가 생각하며 발길을 돌렸던 적이 있다.

나는 골목이 있는 집에서 살았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집들이 마주보며 있는 곳으로 거기서도 우리집은 골목의 끝자락에 위치한 볕도 잘 들지 않는 장소이다보니 생활하는 동안 거의 불을 켜야지 되었던 곳이였다.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아파트가 대부분이지 않은 시절이기에 골목을 찾기는 쉬울 뿐아니라 대부분이 골목을 사이에 두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았기에 골목이라는 의미자체가 특별할 것도 없었다.

그런 나에게 임형남, 노은주 작가에 의해 써 내려간 <골목 인문학>이라는 책은 단순히 장소적인 의미의 골목이 아닌 골목의 역사와 생활이 담아 내고 지금은 옛 기억이나 사진으로 볼 수 밖에 없는 하나의 추억의 장소가 되어버린 골목을 인문학과 결합하여 좀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이야기하기에 특별할 것없던 골목이 특별함으로 다가오게 했다.

유년 시절 골목을 뛰어다니며 생활했던 이들 부부은 지금은 건축가로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틈만 나며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면서 도시 산책을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그런 여정이 모여 하나의 책이 되어 우리에게 전해졌으며 그들이 보여주는 골목이 담고 있는 삶의 모습과 재개발로 옛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문인들이 생활했던 장소나 역사를 담고 있는 골목을 소개하면서 사라짐의 아쉬움과 그리움을 담아내는 부분에서는 함께 아쉬워하기도 했다.

 

 

중간 중간 삽입되어 있는 그림은 또 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스케치되어진 그림을 보면서 사진과는 다른 느낌으로 비록 가보지 못한 장소이지만 그곳의 풍경과 장소가 주는 색다름이 그림 속 색을 통해 느끼는 재미는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이였다.

<골목 인문학>에는 단순히 골목이라는 장소적인 위치나 모습만이 아닌 그 골목이 오랜동안 존재하며 스쳐 지나간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와 골목과 관련하여 우리가 몰랐던 역사적인 일화들도 소개하고 있어 골목과 인문학의 결합이라니 이색적이고 궁금하다 생각했던 나에게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책이였다.

이상은 사직동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숨을 거두고 미아리에 묻혔다. 한국문학사에 그토록 뚜렷한 족적을 남겼지만 그가 살았던 공간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사직동은 길이 되어버렸고, 통인동 큰 집은 여러 필지로 나뉘었고, 신명학교는 배화여자고등학교와 합쳐졌다. (중략)
이제 이상의 공간은 상상 속에서만 거닐 수 있다. (56p)

어디가 어디인지도 모른 채 바둑판처럼 정연하게 뻗은 골목을 한없이 돌아다녔다. 문득 오래된 목욕탕을 고친까페가 나오기도 하고, 건물 옆으로 길을 따라 잉어가 유유히 헤엄치는 수로를 건너 들어가도록 되어 있는 기름 가게를 만나기도 했다.  (209p)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곳이고 사소한 곳이 누군가에게는 의미있는 곳이고 삶의 중요한 터전이라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이 책 덕분에 유년시절을 골목집에서 나고 자라고 생활했으며, 가끔은 벗어나고 싶었던 나에게 혈관처럼 얽혀있는 듯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던 골목에서 보냈던 옛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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