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없는 남자 한국추리문학선 2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괴물이 물어본다.
"비밀이 뭐지? 너의 비밀이 뭐지?"

살면서 비밀 한 가지씩은 있지 않나요?
남에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
그 비밀을 들키지 않기 위해 이중 생활을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비밀을 지키기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고 포장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가 만난 이 남자는 후자에 해당되었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들키지 않기 위해, 과거의 모습으로 살고 싶지 않아 철저하게 자신을 관리하며 친절하고 미소를 띤 다정다감 남자의 얼굴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백화점 내의 도슈 매장에서 일하는 윤준기
그는 친절함과 미소로 고객을 관리하며 실적을 쌓아 우수 사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일명 '친절맨'
매장을 벗어나 집으로 돌아간 그는 친절맨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병약한 그의 어머니에게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친절함 뒤에 감춰진 분노어린 윤준기의 모습이 내게는 낯설음으로 다가왔다.

내가 만난 또 다른 여자가 있다.
지성과 향연 출판사의 편집자인 김유진
표지 문제로 상사로부터 질타를 받고 인쇄회사로 향하는 그녀는 요즘 들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 문제로 고민 중이다.
서른 두살의 나이로 마음은 쓸쓸하고 즐거운 일도 없고 더욱이 마음을 터놓고 의지할 사람도 거의 없다.

힘들다. 힘드니까 아픈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아파야만 한다. 왜냐하면 난, 난 10년 전의 아빠 일을 잊을 수 없으니까. 영원히 (24p)

사연이 있는 두 사람. 그들에게는 어떤 말 못할 비밀이 있는 것일까?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는 준기와 유진.
유진은 준기의 다정함과 미소에 점점 빠져들면서도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준기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오게 된다.
그런 유진의 마음을 알게 된 준기는 더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오면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게 되고 유진 역시 자신을 사랑해주는 준기로 인해 일상이 달라보일만큼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여기까지는 여느 연인들의 알콩달콩한 사랑이야기라 할 수 있다.

전직 형사이자 프로파일러인 감건호가 실종 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 제작을 위해 윤준기를 찾아오면서 준기의 반전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10년전 실종된 아버지를 찾아주겠다는 그의 제안에 불같이 화를 내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유진은 평소와는 다른 반응과 행동에 의아함을 느끼게 된다.

무슨 일일까? 그런 행동을 하다니 (138p)

이러한 반응과 행동은 유진과 단둘이 있을 때도 서서히 나타나게 된다.
폭력적인 행동과 반응, 무서운 폭군처럼 분노를 터트리는 모습과 누가봐도 다정한 남자 친구같은 모습
도대체 그의 진짜 모습은 무엇일까?
준기의 유진에 대한 도를 넘는 그의 행동과 말을 보면서 내 머릿 속에 떠오르는 한 단어가 있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지는 집착과 폭력, 일명 '데이트 폭력'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폭력.
그것이 사랑이라 말하며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행하는 폭력, 이 폭력은 "다 네가 그래서 내가 그러는거야"라는 이상한 논리를 들어서 올가미처럼 숨통까지 조이게 만든다.
데이트 폭력으로 희생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처음에는 욱하는 마음에 행했고 그리고 다시 미안하다고 말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에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폭력의 강도는 세어지고 피해자는 점점 무기력함에 빠져서는 벗어날 수 없음에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하고 벗아날 새도 없이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그의 친절한 얼굴과 세심한 친절에 빠져들었지만 순간순간 보이는 비이성적인 행동은 숨을 막히게 했다. 소통이 불가능했다. 겉으로는 배려하는 것 같았지만 자신만을 위해 행동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마음에 안들면 돌변한다. (150p)

유진 역시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에 준기를 놓치 못하게 되고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그의 폭력적인 반응에 힘들어하면서도 단호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되는 모습을 보인다.

10년전 준기와 유진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두 사람이 말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둔 비밀은 과연 뭘까?

<표정없는 남자>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남녀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추리를 해 나가는 재미를 추구하기보다는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했다.
기본적인 소통마저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게 된 이들의 사랑의 끝은 어떠한 모습일까?

가정 폭력이 데이트 폭력으로 이어지고 또 다시 그 폭력이 대물림되는 악순환이 진행되고 있다.
폭력은 대물림된다. 그리고 폭력은 어떠한 경우라도 용납되어서는 안된다.
이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이 소설은 그에 대해 진지하게 묻고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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