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책이 있어서 다행이야 - 어느 날 엄마가 된 당신에게 그림책이 건네는 위로
이지현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7월
평점 :


당신은 오늘 어떤 역할을 수행하셨나요? 어떤 가면을 쓰고 일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열연을 펼치셨나요? 저는 오늘 친절한 엄마 가면을 썼다가 조금 화난 엄마 가면을 썼다가 다시 친구 같은 엄마 가면에서 나중엔 그냥 엄마 가면을 쓰고 말았습니다. 그 어느 것도 제 역할같지 않았고, 그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않더라구요. (84p)
딱 내 맘 같았다. 다양한 표정의 엄마 가면을 쓰며 생활하지만 어느 것 하나 내 역할같고 내 것같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하고 불편하다.
엄마가 되면 나의 가면 놀이는 끝나고 진정한 나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있자면 인자한 미소가 절로 나오다가도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집안과 돌발 행동은 내 안의 또 다른 괴물이 불을 뿜고 용틀며 튀어나오는 순간은 나 조차도 통제불능에 깜짝 놀래게 된다.
그래도 내가 어떠한 가면을 써도 아이들은 엄마이기에 좋아해주며 기다려주고 그냥 우리 엄마라서 좋다고 한다.
태어나서 나의 이름보다 아이를 만나면서 함께한 9년이라는 시간동안 '엄마'라는 이름을 더 많이 듣고 살고 있다.
엄마는 누구나 괜찮지 않습니다.
그저 괜찮은 척 애쓸 뿐이다.
'나'라는 자리를 내놓고 '엄마'라는 자리로 이직을 했다. 이직은 하면 환경이나 만나는 사람이나 일들이 익숙해질 때까지는 모든 것이 서툴 듯 엄마된 나 역시도 첫 아이와의 만남부터 모든 것이 낯설고 서툴고 마음까지 롤러고스터를 타는 듯 오르락 내리락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 나가는 게 없어 힘들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지는 시간이 찾아오겠거니 그저 버텨내었다.
아마도 나만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와 비슷한 마음과 경험을 한 엄마들이 쓴 글을 보면 전혀 알지도 못하고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하지 않았도 글을 통해서도 소통이 되고 위안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지현 작가의 <그림책이 있어서 다행이야>
SNS <엄마의 그림책>의 운영자이면서 다방면에 재주도 많고 세 아들과 남편의 사랑을 받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엄마의 한 사람이 쓴 책이다.
자신이 아이를 키우면 겪은 일상 속의 에피소드와 솔직한 자기 경험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힘든 시기 그림책을 통해 위로받았던 경험을 에세이형식으로 엮어내고 있다.


단순히 그림책의 소개와 보는 관점을 설명하는 것이 아닌 그림책의 간단 소개와 함께 그림책의 이용 방법이나 낮은 자존감으로 힘들어하거나 아이들의 어떤 부분으로 고민하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엄마들에게 이런 그림책이 괜찮은 것같다고 추천하면서 그 속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담아냄으로써 더 믿음이 가고 끌림을 주는 것같다.
엄마이기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가득한 이 에세이는 나를 비롯한 육아로 씨름을 하고 있는 엄마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림책의 소개가 아니다라도 '엄마는 누구나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상황이 정확히 똑같지는 않아도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나만 이렇게 힘든게 아니구나"
"아이에게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항상 품을 내어주는 것이 지겹고 나도 누군가의 품이 그리워질 때도 있거든요. 매달리는 것도, 안기는 것도, 서글퍼질 때가 있습니다. 바로 그럴 때가 바로 엄마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중략)
하지만 이상하지요. 꼭 그럴 때 집은 난장판이고, 꼭 그럴 때 주변엔 아이들뿐이니 말입니다. (109p)
세상의 모든 엄마는 걱정쟁이입니다.
소중한 내 아이의 엄마라서 걱정쟁이입니다.
(127p)
<그림책이 있어서 다행이야>를 통해 다양한 그림책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을 통해 엄마대 엄마로써의 소통을 할 수 있고 공감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엄마가 되면서 변화된 나의 상황과 엄마가 되고 나서 알게된 많은 감정들과 점점 잃어가고 있던 '나'라는 자리도 함께 찾아나가면서 지켜야함을 알게 되었다.
"서툴러도 괜찮아."
"애쓰고 있다. 잠깐 쉬어가렴"
오늘도 아이들과 정신없이 생활하면서 혼이 빠졌을 내 자신에게 스스로 위로해주고 쓰담쓰담해줍시다!
그녀가 소개하고 있는 시인 손세릴아의 <곰국 끊이던 날> 라는 시 한구절을 소개하며 글쓰기를 마칠까한다.
뼛 속까지 갉아먹고도 모자라
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축이며 살아왔구나
희멀건 국물
엄마의 뿌연 눈물이었구나